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런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750억弗 자사주 매입"…셰브런의 통큰 결정
셰브런은 2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750억달러(약 93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는 회사 시가총액(3462억달러)의 약 22%, 연평균 자사주 매입액의 다섯 배 규모다. 셰브런은 2019년 공개한 2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이번 분기 마무리하고, 이번에 결정한 계획을 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배당금도 늘린다. 셰브런은 3월 주당 배당금을 전 분기보다 6.3% 늘린 1.51달러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셰브런의 배당수익률은 3.4%로 동종 업계 고배당주 중 하나인 엑슨모빌(3.2%)을 추월했다.

대대적인 주주환원책을 공개하면서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셰브런 주가는 2.75% 올랐다. 셰브런 주가는 지난해 52.95%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는 170~180달러 사이를 오갔다.

셰브런이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결정한 이유는 호실적에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자 셰브런을 비롯한 에너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이번 결정으로 셰브런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역풍도 만만치 않다. 셰브런이 대형 주주환원책을 발표하자마자 압둘라 하산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약속한 셰브런이 750억달러를 부유한 주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나선 건 말도 안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로 폭리를 취한 에너지기업들이 생산 증대를 소홀히 하고 주주환원에만 집중하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등은 에너지기업의 초과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셰브런은 27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