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때 부채를 상환할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심' 조차도 (세계 경제에) 아주 아주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문제가 경기침체의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이 혹은 채무불이행에 근접하는 상황까지 가는 것도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의 채무 불이행은) 금융시장의 혼란, 금융 상황의 큰 긴축을 가져온다"며 "경제활동에 하방 압력도 가중한다"고 말했다.

하치우스 외에도 미국 정부의 채무 불이행이 가져올 충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러 차례 있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마크 잔디는 지난해 디폴트를 "금융 아마겟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6월까지 상환 유예


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설정한 것이다. 현재 부채한도는 31조4000억 달러(약 3경 8779조 원)로 최근 미국 정부의 부채는 이 한도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지난 19일 국가부채 한도에 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하기 위해 상환을 6월까지 미루는 특별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약 6개월간의 시간을 벌게 됐지만, 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백악관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향후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특히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거론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공화당 내 강경파인 앤디 빅스 하원의원(애리조나)은 최근 트위터에서 "민주당은 납세자들의 돈을 부주의하게 쓰면서 미국 화폐의 가치를 떨어트렸다"면서 "우리는 부채 한도를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美 디폴트, 전 세계 금융위기 가져올 수도


만약 미국의 총부채가 한도에 도달하고 의회가 이를 늘리거나 한도 적용을 유예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큰 타격 받을 수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가 국가부채 한도 상향에 실패할 경우 실제 3분기 초반에 디폴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국가 부도를 맞게 되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신뢰에 큰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미국 국채가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누려온 혜택이 사라질 수도 있다. 채권 금리부터 수요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디폴트를 맞이한 이후에는 시장 참여자들의 미국 국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 시스템에 근본적인 균열이 갈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