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고용시장의 열기가 급격하게 식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임시직 노동자를 줄이는 미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해고된 임시직 노동자는 3만5000명으로 2021년 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미국 기업이 해고한 임시직 노동자는 11만800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가 고용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과 해고가 비교적 쉬운 임시직 노동자부터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국제 분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용시장이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대기업의 감원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표 제조업체인 3M은 이날 수요 부진을 우려해 2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로만 3M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세계 평균인 1.5%보다 낮은 1%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거시경제의 역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CNBC는 지난해 공식 발표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빅테크의 감원 인원만 6만 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등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시직 해고를 경기 불황의 전조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경기 상승기이던 1995년에도 임시직 노동자가 4개월 연속 감소한 사례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늘려 임시직 노동자가 줄어든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기업들이 임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임시직 노동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달 초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22만3000개 증가했다. 실업률은 3.5%로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았다.

월마트가 시간제 노동자의 최저 시급을 인상한다는 소식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월마트는 다음달부터 미국 내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을 종전 시간당 12~18달러에서 14~19달러(약 1만7300~2만3500원)로 인상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AFP는 “월마트 사례는 전체 노동시장에서 아직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