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70m 떨어진 곳에서 구타당하고 사흘 후 병원서 숨져
'로드니 킹처럼 맞았다'…교통단속 경찰 구타로 흑인 사망 논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단속 경찰관들에게 구타당한 흑인 운전자가 숨지면서 미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7일 교통 단속 경찰관 5명이 타이어 니컬스(29)가 모는 자동차를 난폭 운전 혐의로 정지시켰다.

경찰관들은 니컬스가 차에서 내린 뒤 뛰어 달아나자 그를 현장에서 체포하면서 심하게 구타했다.

희소병인 크론병(Crohn's Disease)을 앓고 있던 니컬스는 체포된 후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갔으며 사흘만인 지난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숨졌다.

페덱스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4살 난 아들을 키우던 니컬스는 사건 직전에 근처 공원에서 일몰 사진을 찍은 후 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매체들은 니컬스가 구타당한 것이 199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해 대규모 흑인 폭동을 일으킨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니컬스의 유족과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들은 사건 영상을 23일 열람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록된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니컬스에게 최루가스를 분사하고 그를 3분간 마구 때리고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니컬스가 '인간 피냐타'(a human pinata)처럼 맞았다는 표현도 썼다.

피냐타는 종이나 천으로 만들어진 인형으로, 이 안에 과자나 장난감 등 선물이 들어 있다.

생일을 맞은 어린이나 축제 참가자들이 피냐타 인형을 막대기로 두들겨서 터트려 그 안에 든 선물을 꺼내는 풍습이 멕시코 등 중남미와 미국에서 흔하다.

'로드니 킹처럼 맞았다'…교통단속 경찰 구타로 흑인 사망 논란
니컬스의 어머니인 로본 웰스는 "그날 저녁에 하려던 닭 요리를 아들이 먹고 싶어했다"고 오열하면서 "내 아들은 그저 집에 오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들이 니컬스를 '살해한' 장소가 집에서 고작 70m 떨어진 곳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아들은 마약을 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고 남들과 다툼을 벌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니컬스의 의붓아버지인 로드니 웰스는 연루된 경찰관들이 1급 살인죄로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아들이 (경찰관들로부터) 달아난 이유는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며 "영상을 보면 왜 아들이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붓아들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는 데 대해 "만약 시위를 한다면 계속 평화적으로 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폭력은 타이어가 원했던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타이어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타 영상 자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공개될 경우 상당한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1년 로드니 킹 사건 때는 구타 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일다 대규모 시위와 폭동으로 이어졌다.

유족 변호인단에 속한 벤 크럼프 변호사는 영상 공개를 1∼2주 미뤄 달라는 수사 당국의 요청을 유족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셸비 카운티 지방검사장(DA) 스티브 멀로이는 수사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어 이런 요청을 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니컬스의 체포와 연관된 경찰관 5명은 지나친 물리력을 사용했거나 이를 말리지 않았다는 감찰 결과에 따라 전원 면직됐다고 세럴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국장은 지난 20일 밝혔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들은 모두 흑인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