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부는 감원 ‘칼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8일(현지시간) 직원 1만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아마존은 1만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메타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에 이은 감원 발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진했던 빅테크 실적은 4분기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그러나 팬데믹 시절 대거 채용한 인력들은 아직 많이 남았다.


○지난해 빅테크서 6만명 실직

18일 MS는 이날부터 오는 3월까지 1만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 22만여명의 약 5% 수준이다. 해고 통보는 이날 시작됐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를 통해 “구조조정은 거시경제 환경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일부 지역에 불황이 왔고 다른 지역은 불황이 예상되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디지털 지출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이날 앤디 재시 CEO가 이달 초 예고했던 1만8000명 감원 계획에 착수했다. 블룸버그는 아마존이 미국과 캐나다, 코스타리카에서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물류창고 인력을 제외한 인력의 6% 수준으로, 아마존의 28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될 전망이다.

MS와 아마존 외에도 지난해 말 메타가 전체 직원의 약 13%인 1만1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와 트위터도 지난해 각각 6000명, 3700명을 내보냈다. 알파벳은 최근 생명과학 자회사 ‘베일리’ 인력의 15%인 200여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CNBC는 지난해 공식 발표가 나거나 언론에 보도된 빅테크 기업의 감원 규모만 총 6만명이 넘는다고 집계했다.


○“애플, 15분기만에 매출 꺾일 것”

빅테크 감원 바람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보기술(IT)과 전자기기 산업의 호황에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덩치를 불렸다. 아마존과 메타, MS 등은 2020년과 2021년 인력을 연간 20~30%씩 늘렸다. 아마존은 이 기간 약 81만명을 고용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달러 강세로 상황이 급변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자 빅테크 실적도 뒷걸음질쳤다. 로이터는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미국 5대 빅테크인 아마존과 애플, MS, 알파벳, 메타의 4분기 매출 합 추정치가 지난해 10월 5883억달러(726조원)에서 이달 5614억달러(약 693조원)로 하향조정됐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 급감하며 5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MS의 4분기 매출 증가율 추정치는 2.4%로 24분기 만에 가장 낮다.
MS "1만명 감원"…지난해 6만명 해고된 빅테크 '칼바람' 이어진다
애플도 4분기 중국 폭스콘 공장이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탓에 실적이 깎일 전망이다. 로이터는 애플 매출이 15분기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알파벳도 10분기 만에 가장 낮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빅테크들이 팬데믹 기간 80년대 록스타처럼 돈을 펑펑 써왔다”며 “앞으로 기술 부문 전반에서 5~10%의 추가 감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아이언홀드캐피탈의 시드하스 싱하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향후 3분기 동안은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