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끼얹은 美 연준 매파 발언에…얼어붙은 유가 [오늘의 유가 동향]
국제 유가가 9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생산자 물가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들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0센트(0.87%) 하락한 배럴당 79.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올랐던 WTI가격은 이날 9거래일만에 하락했다.

이날 유가는 장 내내 오름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막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 이후 긴축 위험이 다시 커지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돼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0.1% 하락보다 낙폭이 큰 것으로 전달의 0.2% 상승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12월 PPI는 비계절조정 기준 전년 동기 대비로는 6.2% 올라 예상치인 6.8% 상승과 전월 수정치인 7.3% 상승보다 하락했다.

이 같은 소식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국채금리가 떨어지며 위험선호 심리가 확산했다. Fed의 긴축 속도 내지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불러드 총재가 2월 회의에서 0.50%포인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언급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강화됐다. 그는 Fed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다. 불러드 총재는 "금리를 연 5%로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달러화 가치도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유가는 이날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으나 불러드 총재의 발언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어 "불러드 총재의 발언은 생산자 물가 둔화와 소매판매 약화에도 Fed가 다시 0.5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공포를 야기했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침체를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찬물 끼얹은 美 연준 매파 발언에…얼어붙은 유가 [오늘의 유가 동향]
이날 장기적으로는 유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는 소식도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수요 개선에 힘입어 올해 원유 수요가 기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IEA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올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보다 20만 배럴 상향한 하루 190만 배럴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평균 1억17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IEA는 중국의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도 하루 10만 배럴 상향한 하루 평균 159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 경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강력한 봉쇄정책을 폐기하고 경제 재개에 나섬에 따라 빠르게 회복할 것을 예상한 것이다.

SPI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중국 소비 엔진의 복귀는 원유 시장 전망에 엄청난 호재"라며 "산업용 엔진이 활기를 띠고 원유 상품을 소비하는 동안 소비자들도 휘발유 부문에서 소비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가계 저축 누적분이 엄청나다. 지난 3년간 저축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중국의 소비가 재개되면 이는 유가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