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원유 수요가 급증할 거란 전망에 7일 연속 상승하던 유가가 한풀 꺾였다. 수요가 많이 늘어날 거란 관측에 따라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원유 생산량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보다 1.09달러(1.30%) 하락한 배럴당 78.81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주 8% 상승한 뒤 소폭 8일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WTI는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는 9.6% 올랐다.
中 수요 회복에 7일 오른 뒤 숨 고른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동향]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 브렌트유 3월물은 0.89%(76센트) 내린 배럴당 84.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가 동반 하락한 것은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한 뒤 이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대폭 확대될 거란 전망에 따라 유가가 상승해왔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에서 원유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원유 수요가 치솟을 거란 기대감에 차익 실현하려 시장에 대량 매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ANZ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억제를 위한 규제 조치가 완화되자 시내 교통량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커지며 이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 서한에서 ‘중국이 수요에 대해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비교적 풍부한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올해 2분기 이후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상승 여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원유 생산량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야후파이낸스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을 인용해 따르면 올해 미국의 원유 채굴 장비 투입이 증가하고 있어 원유 생산량도 사상 최대로 늘어날 거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말에는 원유 채굴 장비인 리그(rig) 620개가 가동됐다. 1년 전에 비해 140개가 늘어난 수치다. 가동 장비 증가율은 29%에 달했다.

미국에서 원유 생산량은 지난 2019년에 하루 평균 123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2020년 초에 창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루 평균 1130만 배럴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부터는 원유 생산량이 증대되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하루 평균 1185만 배럴을 찍었다. 올해는 생산 설비 확충으로 생산량이 더 늘어날 거란 설명이다.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생산업체들은 올해 자본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설문 조사 참여 기업 중 39%가 지난해에 비해 투자를 소폭 늘리겠다고 답했다. 25%는 크게 늘리겠다고 했다. 올해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밝힌 업체는 14%에 그쳤다.

미국은 올해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 미국산 에너지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원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순 수출국이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40만 배럴로 2021년보다 13% 이상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휘발유나 디젤 등 정제 제품의 수출도 하루 평균 300만배럴을 찍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