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이 일제히 소폭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향후 전망은 상승세를 가리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일(현지시간) 밀 3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0.3% 떨어져 부셸(1부셸=27.2㎏) 당 7.42달러를 기록했다. 대두 3월물과 옥수수 3월물도 각각 0.5%, 0.2% 하락한 부셸당 15.22달러와 6.7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의 농업시장 관련 민간연구소 소브에콘에 따르면 2022-2023 수확연도를 기준으로 러시아의 총 밀 수출량이 4410만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소브에콘은 또한 러시아가 올해 상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가면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2130만t의 밀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브에콘은 "러시아가 대규모 풍작에 힘입어 활발한 수출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은 국제 밀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의 최근 월례 WASDE 보고서는 미국의 곡물 비축량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옥수수 비축량을 13억 부셸, 콩 비축량을 2억3600만 부셸, 밀 비축량을 5억8200만 부셸로 예상했다. 직전 보고서 예측치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밀·대두·옥수수 하락세에도…상승할 일만 남았다? [원자재 포커스]
하지만 분석가들은 밀의 세계 재고는 증가하는 반면 옥수수와 콩의 세계 재고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끌 요인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우선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연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콩 재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밋 상품 중개소의 톰 피트젠마이어는 최근 메모에서 "시장은 아르헨티나 기상 예보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 콩 가격에 기상 위험 프리미엄을 계속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브라질 콩 수확량이 계속 강세를 유지한다면 상승폭은 소폭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같은 미국 내에서도 강수량이 서로 다르다는 점 역시 곡물 재배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기록적인 홍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중남미 대륙에 근접한 미국 남부 평원에서는 건조한 대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 평원은 세계 최대 밀 재배 지역 중 한곳이다. 여기에다 최근 경제 재개장을 선언한 중국발 곡물 수요가 급증하면 곡물 전반의 오름세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