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9년 평양과기대서 국제경제 강의한 프랑스인 강사 인터뷰
"평양과기대생들, 인터넷 접속 못 해도 구글·트위터 꿰고 있어"
"만약 트위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면 일단 트위터를 써봐야 할 거 아니에요.

북한에서 만난 학생들은 트위터를 써 본 적도 없는데 트위터를 사용하는 나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더랍니다.

"
북한의 최초이자 유일한 사립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교(PUST)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 금융, 거시 경제 등을 강의한 프랑스인 테오 클레망(32) 씨에게 평양과기대는 "북한이라는 아주 독특한 나라 안에서도 아주 독특한 곳"이었다고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관여를 연구해 프랑스 리옹대학교와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복수 박사 학위를 받은 클레망 씨는 학자로서 십여 차례 북한을 다녀온 연구원이자 컨설턴트다.

현재 아프리카 모리타니에 거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국경이 막혀 당분간 들어갈 수 없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북한에 가기를 희망한다.

겨울 휴가를 맞아 프랑스를 찾은 클레망 씨를 지난달 말 파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나 평양과기대에서 삶이 어땠는지를 들어봤다.

클레망 씨는 북한에서 외국인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고, 이따금 전기는 끊길지언정 인터넷은 끊긴 적이 없어 자신은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학생들에게 스스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는 과제를 주는 게 쉽지 않아 못내 아쉬웠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평양과기대 학생들도 지정된 공간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게 클레망 씨의 설명이다.

외국인 강사가 자신의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 무슨 목적으로 어느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에 서명하면 된다.

하지만 외국 뉴스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강박감이 때문인지, 학생들로부터 인터넷 사용을 꺼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 한 명이 대표로 인터넷에서 필요한 문서를 내려받고 복사해 다른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평양과기대생들, 인터넷 접속 못 해도 구글·트위터 꿰고 있어"
그렇기에 어느 날 한 학생이 클레망 씨에게 트위터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줬을 때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트위터에 매일 들락날락하는 자신도 모르는 트위터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통찰력 있게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레망 씨가 보기에 '트위터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그 학생에게 트위터를 써 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한 번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평양과기대에서 트위터와 관련한 수업을 들어서 아는 것이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말이다.

"구글도 마찬가지였어요.

북한 학생들은 구글을 누가 만들었는지부터 시작해서, 나는 한 번도 관심 가져본 적 없는 자잘한 역사까지 알고 있었죠. 한 번도 구글을 사용해 본 적이 없지만, 전부 수업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
클레망 씨의 기억 속에 식사, 공부, 운동, 취침 등 모든 것을 함께하는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학구열이 높았고,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소식에도 관심이 많았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학생들이 질문을 쏟아붓는 바람에 식사를 마치지 못한 적도 있다.

에세이를 내라고 했을 때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몰라 '북한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가'에 대한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적어온 학생이나, 북한은 미사일을 잘 만드니 이것을 활용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발표한 학생은 그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곤 했다.

하루는 한 학생이 프랑스 대통령은 인기가 있느냐고 묻기에, 당시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의 지지율이 역대 가장 저조하다고 했더니 "우리 지도자는 인기가 아주 많은데, 당신의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니 유감"이라는 코멘트를 남긴 일화도 웃으며 들려줬다.

클레망 씨는 "나 같은 외국인들만 '북한은 어떨 것이다', '북한 사람은 어떨 것이다' 이미지를 투영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북한 사람들도 똑같이 '외국은 어떨 것이다', '외국인은 어떨 것이다' 이미지를 투영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평양과기대생들, 인터넷 접속 못 해도 구글·트위터 꿰고 있어"
평양과기대에서 2015년 3월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때 클레망 씨는 강의 경험이 전무한 박사 과정 1년 차였다.

6개월 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북한 관련 학술대회에서 만난 평양과기대 교수가 그에게 강사로 와달라는 제안을 했다.

평양과기대는 외국인 강사에게 급여를 한 푼도 주지 않기에 구인이 쉽지 않다고 한다.

캠퍼스 내 숙박 시설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다른 생활비는 각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평양을 오가는 비행기 또는 기차 푯값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클레망 씨의 채용 과정은 단순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과 같은 후속 절차 없이 임명장을 받았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어떤 교재를 사용할 것인지 학교 측에 제출했지만, 수업 시간에 클레망 씨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는 간섭이 없었다.

클레망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길게는 넉 달, 짧게는 일주일씩 평양과기대에서 '중국에서 외국인 직접 투자 흐름', '외국인 직접 투자와 북한 안팎의 경제특구' 등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수강생은 많을 때는 60명, 적을 때는 30명 안팎이었다.

평양과기대 외국인 강사 중에는 클레망 씨와 같은 유럽 출신은 소수였고, 미국인이 다수였다고 기억했다.

여기에는 북한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을 갔다가 미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한국계 미국인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인 강사가 많았기 때문에 미국이 '오토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금지했을 때 평양과기대의 구인난은 더 심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커졌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평양과기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사 일정은 2019년 10월에 멈춰 있다.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는 2020년 11월 올해 가을학기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했다는 사진과 글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평양과기대생들, 인터넷 접속 못 해도 구글·트위터 꿰고 있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