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 ‘대장주’로 꼽히는 월트디즈니의 주가가 3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업체가 만든 올해 최대 기대작인 영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개봉 첫 주 부진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서다. 세계 2위 규모 영화관 시장인 중국의 코로나19 유행 추이가 아바타2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바타2 개봉 첫 주 수익 올해 5위에 그쳐

20일 영상콘텐츠 정보사이트인 IMDB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아바타2의 북미 지역 개봉 첫 주 수익은 1억3410만달러(약 1730억원)로 집계됐다. 영화분석업체인 박스오피스프로의 예상치(1억7500만달러)와 디즈니 예상치(1억3500만~1억5000만달러)를 모두 밑돌았다. 전세계 수익은 4억3500만달러(약 5620억원)였다.

아바타2는 아바타의 후속작으로 제임스 카메런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은 SF영화다. 아바타는 2009년 개봉했지만 아직도 전세계 영화 매출 순위 1위(29억2300만달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역사상 최고 인기작이다.

후속작의 첫 흥행 성적표는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아바타2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북미 첫 주 흥행 순위에서 5위를 기록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이 아바타2의 앞에 섰다. 업계에선 아바타2의 제작·홍보비를 약 20억달러(약 2조5900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역대 매출 5위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매출 20억4840만달러)와 비슷한 실적을 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디즈니 주가 추이. 자료=야후파이낸스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디즈니 주가 추이. 자료=야후파이낸스
흥행 부진 우려에 이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담당한 디즈니의 19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77% 하락한 85.7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로 연초(1월 3일) 주가보다 45% 낮다. 월가에서는 3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과 코로나19 유행 이후 영화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아바타2의 흥행 부진 이유로 꼽고 있다.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흥행 성패를 가르는 기간이 될 것”이라며 “‘탑건: 매버릭(탑건2)’등과 같은 ‘히트작’을 제외하고는 영화관 산업이 여전히 쇠퇴 중인 상황”이라고 19일 평가했다.

겨울 휴가철 주요 경쟁작 눈에 안 띄어

아바타2의 흥행 부진을 예단하기엔 섣부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역대 최대 수익을 냈던 아바타도 개봉 첫 주엔 수익이 7700만달러(약 10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3D 영상에 대한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관 상영이 234일간이나 이어졌다. 올해 최대 수익을 낸 탑건2도 개봉 첫 주 수익(1억2671만달러)은 올해 7위 규모에 불과했던 ‘슬로 스타터’였다.

박스오피스닷컴의 숀 로빈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팬층이 굳건한 만화 원작 블록버스터가 단기에 관객 수를 늘리는 것과 달리 카메론 감독의 영화는 역사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관객을 끌어모았다”고 평가했다.


흥행 성패의 ‘키’로 꼽히는 건 중국의 방역당국이다. 디즈니는 중국과 미국의 개봉일을 같은 날로 맞췄을 정도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었다. 아바타는 전체 수익에서 중국 비중이 9%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바타2가 제작되는 사이 중국 영화관 매출 규모는 2009년 9억1000만달러에서 2019년 80억달러 이상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유행과 봉쇄 정책 추이에 디즈니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상영관의 개장 비율은 지난 8일 35%에 그쳤지만 봉쇄정책이 완화되면서 아바타2 개봉일(16일)엔 이 비율이 80%까지 올라갔다. 아바타2의 중국 개봉 첫 주 수익은 5710만달러(약 740억원)로 집계됐다.

토니 체임버스 디즈니 영화관 배급 책임자는 “문제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이 돌면서 영화관 관람을 꺼리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라며 “겨울 휴가철과 춘절을 포함한 향후 몇 주간 대형 블록버스터 경쟁작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