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커지는 Fed와 시장 갈등…나이키, 페덱스의 등판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과 미 중앙은행(Fed)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Fed는 여전히 빡빡한 노동시장을 가리키며 인플레이션 내려간다는 충분한 증거가 확보될 때까지 기준금리를 더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시장은 '두 달 연속 예상보다 낮게 나온 소비자물가(CPI) 등 인플레이션 하락 증거가 넘치는데 웬 고집이냐, 경기 둔화(혹은 침체) 때문에 그렇게 못 올린다'라며 맞받아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까지 Fed보다 더 매파적으로 뛰어나온 탓에 글로벌 침체 걱정까지 커졌습니다.

16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우울한 분위기 속에 0.5% 안팎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개장 뒤 15분 만에 발표된 S&P글로벌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이런 Fed와 시장의 갈등, 그리고 경기 침체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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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2월 제조업 PMI는 46.2(예비치)로 집계되어 31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습니다. 전월 및 예상치 47.7을 밑돌았습니다. 12월 서비스업 PMI도 44.4로 나와 전월(46.2)과 예상(46.8)을 밑돌았습니다. 이는 넉 달 만의 최저 수준입니다. 이 둘을 더한 12월 합성 PMI도 44.6으로 넉 달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업황의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 만큼, 서비스업이고 제조업이고 모두 위축 국면에 들어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S&P글로벌은 '경기 침체가 모멘텀을 얻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S&P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사업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PMI를 보면 4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5%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투입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었습니다. 투입 가격은 7개월 연속 완화되어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느린 상승 속도를 보였습니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12월에는 2020년 4월 코로나 봉쇄 때만 제외하면 설문조사의 13년 역사에서 가장 큰 폭의 투입비용 냉각을 볼 수 있었다. Fed의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원하던 효과를 낳고 있지만, 경제의 비용이 올라가고 있고 침체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PMI 보고서를 보면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은 극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Fed의 예측은 2022년처럼 내년에도 틀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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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ed의 입장은 완고합니다. 블랙아웃이 끝나고 FOMC 이후 첫 발언에 나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습니다.

윌리엄스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것을 할 것"이라며 최종금리가 "우리가 FOMC에서 적어냈던 것(5.1%)보다 더 높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높은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문제다. 커다란 수급 불균형을 고려하면 이 부분의 인플레이션은 아마도 좀 더 지속할 수 있다"라며 제롬 파월 의장과 비슷한 논리를 쳤습니다. 사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잘 변하지 않는 물가 요소(교통비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등)만을 모아 집계하는 '끈적끈적한' CPI(Sticky-Price CPI)의 경우 11월에도 10월과 같은 5.5%로 집계됐습니다.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등을 빼면 물가가 별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기준금리를 6~7%까지 높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그건 분명히 내 기준점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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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는 최근 CPI와 관련, "환영하지만, 정책 방향을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왜 그렇게 낙관적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좀 더 많은 물가 하락의 증거를 원하지만, 시장은 '완벽한 상태'(perfection)를 가격에 책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금의 시장 가격은 물가가 순식간에 내려갈 것처럼 가정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데일리 총재는 "우리는 물가 안정 의무가 있으므로 (시장처럼) 물가가 완벽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치를 누릴 수가 없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무엇인지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여전히 상방 위험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은 이런 Fed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Fed가 끔찍한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계획, 점도표는 너무 빡빡하다.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끝났다. 그들이 내년에 금리를 더 높이 올리고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면 매우 가파른 경기 침체가 보장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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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에서도 계속 Fed를 믿지 않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통상 기준금리를 좇아가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3시 7분께 6bp나 하락한 4.208%에 거래됐습니다. 한때 4.166%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 워치 시장의 내년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은 4.85%로 여전히 5%를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여전히 내년 하반기 50bp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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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Fed의 금리 가이던스를 믿지 않는 것도 있지만 연말에 맞아 (채권 펀드에 돈이 유입되면서) 채권을 좀 채워 놓아야 하는 데 지금 채권 2년물 정도 가격이면 적당한 수준이다. 수급 차원에서 금리가 내려가는 것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긴축을 원하는데, 시장이 따라주지 않으면 Fed는 행동(더 많은 금리 인상)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고 증시는 흔들릴 것입니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설립자는 "현재 시장과 Fed의 차이는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라면서 "2023년은 둘 중 하나가 굽혀야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 시장은 Fed에 대해 여러 차례 잘못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시장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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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앙은행들의 긴축은 내년 중반의 경기 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다. Fed는 지난 9개월 동안 400bp 이상 금리를 올렸고 향후 5~6개월 동안에도 추가로 50~75bp를 올릴 것이다. ECB는 지난 6개월간 250bp를 인상했고 앞으로 9개월 동안 125bp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시장이 빨리 붕괴되는 게, 약세장을 빨리 끝내는 방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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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팟캐스트에서 "나는 채권에 대해선 좋게 보지만(bullish), 주식에 대해선 나쁘게 본다(bearish). 11월 소매판매, PMI 등은 모두 Fed의 긴축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4001선의 저항선에 가로막힌 S&P500 지수는 하락추세가 견고함을 보여준다. 주식 노출을 줄이거나 공매도 포지션을 만들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온종일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S&P500 지수는 한때 1.7%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오후 3시 들어 소폭 오르락내리락하더니 결국 1.11%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또 다우 지수는 0.85%, 나스닥은 0.97%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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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옵션 만기일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인 2조6000억 달러 상당의 지수 옵션이 만료됐습니다. 그래서 장 막판 변동성이 커졌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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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는 유가를 지속해서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정부가 전략 비축유 확보를 위해 원유 재구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오늘 유가가 1.82달러(2.4%) 하락해 배럴당 74.29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부터 1억8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풀어 저장량이 38년 내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유가가 낮아지니 새로 사들여 쌓아두겠다는 것입니다. 국제금융협회의 로빈 브룩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하나의 지표는 유가다. 유가는 지난 10월 OPEC플러스의 감산과 서방의 러시아 원유에 대한 유가 상한제 실시, 중국의 경제 재개방에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런 유가 하락은 글로벌 수요가 엄청나게 약하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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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집회는 나타날까요?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여전히 다음주에 산타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악화한 투자심리로 인해 깊어진 과매도를 고려하면 랠리가 나타날 것이란 것입니다. 반면 울프리서치는 S&P500 지수는 지난 화요일 (CPI가 나온 뒤) 장중 격렬하게 반전했고 목요일 21일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연말까지 내림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의 키스 러너 CIO는 "사람들은 연말까지 랠리를 기대하고 있었고, 이제 사람들이 그것을 포기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조금도 랠리가 없을 것이란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유형의 상승은 아마도 예상보다 더 조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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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경제 지표는 주택착공, 기존주택 판매, 신규주택 판매 등 대부분 주택 관련이 많습니다. Fed의 긴축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 속으로 들어간 만큼 지표는 나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도 이미 그걸 알고 있습니다. 또 금요일에는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발표됩니다. Fed의 물가 준거이긴 하지만, 이미 발표된 CPI처럼 내려갈 것이란 걸 모두 예상합니다. JP모건은 “CPI, PPI(공급자물가), 수입 물가 지수의 11월 데이터를 보면 11월 근원 PCE 물가는 전달보다 0.14% 상승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전년 대비로는 4.6%로 10월의 5.0%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음주 시장의 눈은 기업 실적을 향해 있습니다. 나이키, 페덱스, 마이크론, 그리고 카맥스가 등판합니다. 지난 9월 3분기 어닝시즌 직전에 예상보다 나쁜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해 당시 베어마켓 랠리의 종말을 고했던 기업들입니다. 모두 글로벌 소비, IT와 자동차 수요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들은 4분기 들어 모두 주가가 올랐습니다. 나이키는 25%가량 올랐고 페덱스도 15%, 마이크론도 3%가량 상승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실적과 가이던스를 내놓을까요? 이들의 실적은 내년 1월 13일 시작되는 4분기 어닝시즌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