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라이벌 겨냥…177조원 규모 정부 기금 유용 혐의
말레이시아 신정부, 무히딘 정권 비리 조사 착수
말레이시아 신정부가 무히딘 야신 전 총리 시기의 비리와 관련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부패방지위원회는 무히딘 정권의 6천억링깃(177조2천220억원) 규모 정부 기금 사용에 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날 밝혔다.

무히딘 전 총리와 장관 2명이 조사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자금을 유용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와르 이브라힘 신임 총리는 무히딘 전 총리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정부 기금 사용을 승인했다며 조사를 지시했다.

이번 조사는 야당이 된 국민연합(PN)을 이끈 '정적'인 무히딘 전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는 무히딘 정권의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무히딘 전 총리는 자금 사용에 잘못이 없었다면서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9일 열린 총선에서 안와르 신임 총리가 이끈 희망연대(PH)는 82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으나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무히딘 전 총리의 PN은 73석을 얻었다.

안와르와 무히딘은 서로 자신이 과반 의원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구성을 둘러싼 논란 끝에 압둘라 국왕이 안와르를 총리로 지명했고, PH는 국민전선(BN)·사라왁연합(GPS) 등과 공동으로 정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무히딘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후임은 BN 소속인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였다.

말레이시아에서 부정부패는 정치권의 주요 화두 중 하나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BN이 장기집권했다.

그러나 정권의 부패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8년 총선에서 PH가 사상 첫 정권 교체를 이뤘다.

정권 교체 이후 나집 라작 전 총리가 부패 스캔들로 구속됐다.

나집 총리와 측근들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6조원 규모를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나집 전 총리는 총 42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으며, 현재까지 12년형이 선고됐다.

지난 총선에서도 PH는 부패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안와르 총리는 통합정부 구성 후 부패 청산 대상으로 공격하던 BN의 핵심 정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대표를 부총리에 임명해 비판을 받았다.

자히드는 뇌물 수수와 자금 세탁, 배임 등 47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