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힘입어 비디오게임 업종이 월가의 ‘경기침체 방어주’로 떠오르고 있다. 콘솔 하드웨어 시장의 성장세와 실속 소비 흐름이 소니와 같은 비디오게임 업체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결정하며 업계 강자로 떠오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잇따라 게임 공급 계약을 제안하며 경쟁사 달래기에 나섰다.

“콘솔 시장 성장 국면으로 진입”

7일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도서, 영화, 음악 등과 비교하면 주류에서 벗어나 있지만 월가 투자자 상당수가 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돈을 벌 기회를 찾고 있다”며 비디오게임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TV를 비롯한 전통 미디어들이 쇠퇴하고 있지만 게임 산업의 미래는 밝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 리서치업체인 뉴주에 따르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올해 1840억달러(약 243조원)에서 2025년 2110억달러(약 279조원)로 15% 늘어날 전망이다.

마켓워치는 비디오게임 플랫폼에 해당하는 콘솔 하드웨어의 성장 주기가 “최적의 상황(sweet spot)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면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콘솔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플레이스테이션5를 출시한 소니의 하드웨어 매출은 지난 1분기 1067억엔(약 1조290억원)을 기록한 뒤 2분기 1319억엔(약 1조2720억원), 3분기 1792억엔(약 1조7281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비디오게임 산업이 경기침체에 상대적으로 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투자금융사인 번스타인은 “이용자가 게임에 소비하는 비용은 시간당 20센트 수준으로 시간당 음악콘서트 관람 가격(33달러), 영화관 관람 가격(5달러)보다 저렴하다”며 “경제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는 특징 상 비디오게임은 경기침체의 악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니, 게임 판매 호조…MS 사업 확장은 변수

마켓워치는 콘솔 시장의 성장 곡선에 올라탈 수 있는 기업으로 소니를 꼽았다. 소니는 게임·네트워크 부문 매출의 절반가량이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나온다.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으로 여러 게임들을 팔아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소니의 게임 소프트웨어 매출은 지난 2분기 3053억엔(약 2조9429억원)에서 3분기 3700억엔(3조5665억원)으로 21% 늘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지난달 8일 출시 후 첫 주 만에 510만장이 팔렸다. 소니가 만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중 최고 기록이다.

다른 빅테크(대형 기술업체)가 막강한 경쟁사로 떠올랐다는 점은 변수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MS는 닌텐도와 게임 공급 계약에 합의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개발한 게임 ‘콜 오브 듀티’를 닌텐도 플랫폼으로 10년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MS는 비디오게임 플랫폼인 ‘엑스박스’와 클라우드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게임 개발 노하우가 부족한 게 약점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MS가 687억달러(약 90조6100억원)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결정하며 개발 역량까지 확보하려 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에선 “MS가 콘솔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EU와 영국의 규제당국은 이번 인수의 반독점 여부를 조사 중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반독점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업계 불만을 달래기 위해 소니에도 우호적인 손길을 건넨 상황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소니에 콜 오브 듀티의 10년 공급 계약을 제안했다”며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건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 6일 말했다. 경제매체 CNBC는 “MS의 제안이 소니의 우려를 진정시키기에 충분한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