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 타고 유럽 가려던 임부 국경없는의사회에 구조된 직후 출산
국제구호단체 구조활동 재개…"난민선 갈등 2라운드 눈앞"
지중해 구조선서 출산한 산모 위태…"몰타·伊에 의무후송 요청"
지중해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이탈리아와 다른 유럽 국가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중 한 여성이 구조선에서 출산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지오 바렌츠'호에서 7일 오전 11시 31분(현지시간) 남자 아기가 태어났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MSF는 "기쁜 일이지만 산모의 상태가 위중해 전문적인 치료가 당장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몰타와 이탈리아 정부에 그녀와 아들 4명을 위한 긴급 의무 후송을 준비해둘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모는 아들 셋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던 중 난민 구조선을 통해 구출됐다.

아기가 태어나기 7시간 전이었다.

당시 이들을 포함해 90명이 구조되면서 이 난민 구조선에는 총 255명이 탑승했다.

임신 9개월의 또 다른 만삭 임신부도 배에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항을 기다리는 국제구호단체 난민 구조선은 또 있다.

독일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 소속 '휴머니티 1'호는 지중해에서 구조한 261명을 태우고 3곳에 입항을 요청했으나 아직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라 레푸블리카'가 전했다.

입항을 요청한 항구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국제구호단체 난민 구조선 4척이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의 입항 거부로 길게는 3주 가까이 바다에서 표류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지오 바렌츠'호와 '휴머니티 1'도 4척 중 일부였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취임 이후 지중해 난민 문제에 한층 강경해진 이탈리아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자국 영해로 들어온 난민 구조선 입항 거부를 고수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긴 대치 끝에 일부 구조선에 대해 임시 정박을 허용했지만, 어린이와 여성 등 취약자에게만 선별 하선을 허가했다.

선택받지 못한 난민 중에는 열악한 선상 생활을 견디다 못해 바다에 몸을 던지는 이들까지 나왔다.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인 SOS 메디테라네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호는 임시 정박마저 불허돼 결국 프랑스 정부에 구조를 요청했다.

프랑스는 '오션 바이킹'호를 받아들인 뒤 이탈리아를 맹비난했고, 이탈리아도 이에 지지 않고 맞대응하는 등 두 나라는 날카롭게 대립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리적인 이유만으로 이탈리아가 지중해 난민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그는 국제구호단체들이 지중해에서 구조 활동에 나서기 때문에 북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밀입국 조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본다.

유럽연합(EU) 각국은 이탈리아가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며 비난했지만 멜로니 총리는 자신을 선택한 국민의 명령이라며 앞으로도 난민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EU가 이를 둘러싸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며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가운데 국제구호단체가 또다시 지중해 난민 구조 활동에 나서면서 지난달과 같은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라 레푸블리카'는 "이탈리아 정부와 국제구호단체 난민 구조선 간에 2라운드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