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노벨상 시상식 앞두고 인터뷰·기자회견서 밝혀
노벨문학상 수상 프랑스 작가 "노벨상은 남성을 위한 제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82)가 노벨상은 남성을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에르노는 6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AFP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노벨상을 이젠 현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이 1901년 노벨문학상을 처음 수여한 이후 지금까지 에르노를 포함해 119명이 이 상을 받았는데, 그중 여성 작가는 17명뿐이다.

에르노는 "노벨상은 전통을 향한 열망의 발현"이라며 "전통에 얽매이는 것은 아마도 더 남성스럽고, 그것은 서로에게 권력을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은 거의 항상 남성이 독점해왔지만, 나는 여성들이 말할 때 남성들보다 덜 장황하고 훨씬 더 실용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에르노는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많은 프랑스 남성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여성이 받은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프랑스 문학에 그려지지 않은 세계에 관해 글을 쓰는 여성에게 일종의 불신이 있다"며 "그것은 보수적인 특정 지식층 안에서 나에게 불리했다"고 털어놨다.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에르노는 아울러 여성과 남성이 완전히 평등해지려면 남성 내부에서 먼저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이 자신의 몸, 생활 방식과 행동 방식, 무엇이 동기를 부여하는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여성에게 진정한 해방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에르노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을 "인종차별, 모든 형태의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과, (존재를) 인정받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모두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노벨상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이 상을 받게 돼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에르노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면서 노후를 즐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에르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을 높이 평가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노벨상 제정을 유언으로 남긴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기일인 이달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