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은 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감소한 296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5%)를 한참 밑도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1~2월(-17.2%) 후 33개월 만의 최저 기록이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 10월 0.3% 감소해 2020년 5월(-3.3%)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1월엔 감소폭이 더 커졌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주요국이 금리를 올리며 소비가 급감한 여파가 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3대 수출 국가(지역) 가운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으로의 수출은 5.2% 늘었지만 미국은 25.4%, 유럽연합(EU)은 10.6% 감소해 선진국의 주문이 크게 줄었음을 나타냈다.
11월 수입도 작년 같은 달보다 10.6% 급감한 2262억달러에 그쳤다. 수입 감소율도 시장 전망치인 -6.0%보다 훨씬 컸다. 2020년 5월(-16.7%) 후 최악이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등으로 내수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입도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11월 무역 흑자는 698억달러로 10월(851억달러)보다 18% 줄어들었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중국은 내수 경기 활성화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사흘 연속 2만 명대를 유지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2만4440명(무증상→유증상 재분류 675명 제외)으로 집계됐다.이는 하루 전인 지난 5일보다 2724명 감소한 것으로, 지난달 28일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지난달 27일(3만8808명) 정점을 찍은 이후 9일 연속 감소했고, 사흘째 2만 명대를 유지했다. 최고치보다는 40%가량 줄었다.최근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광둥(4486명), 베이징(3938명), 충칭(3709명)이 각각 624명, 699명, 375명 감소했다.지난달 한때 하루 신규 감염자가 1만 명에 육박했던 광둥과 충칭은 확연하게 진정된 모습을 보였고, 지난 5일과 6일 이틀 연속 증가했던 베이징 신규 감염자는 다시 3000명대로 떨어졌다.또 하루 1000명대 감염자가 나왔던 지역 중에는 산시(1069명)만 28명 늘었고 산시(1396명), 헤이룽장(1131명), 쓰촨(984명)은 모두 100∼200명씩 줄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소비자의 부(富)를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년에 완만하거나 강한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내년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은 35%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 높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6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선 내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점치는 월가 대형 은행 수장들의 비관론이 쏟아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후폭풍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조만간 불황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2% 하락 마감했다.“강한 경기침체 온다”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을 이끄는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소비력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제가 탈선하고, 완만하거나 강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다이먼 CEO는 미국 경제 버팀목인 민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침체 근거로 들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경기부양책으로 소비자들은 1조5000억달러(약 1975조원)를 추가로 저축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는 내년 중반께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높은 물가 때문에 미국인의 저축액이 빠르게 소진되면 소비가 둔화하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다이먼 CEO는 또 “기준금리가 연 5%로 향하면서 대출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연 3.75~4%다. 그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구체화했다. 그는 이날 자사 주최의 한 콘퍼런스에서 “경제성장률이 1%를 유지하고 물가상승률은 4%를 기록하는 연착륙 가능성은 35%에 불과하다”며 “연착륙보다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이 여전히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30년 내 최저”다른 월가 CEO들도 경고에 나섰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는 “소비자는 지금도 여전히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성장률은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은) 내년에 완만한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CEO는 “우리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며 “업계 전반에 걸쳐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이들의 발언은 뉴욕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 급락했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1.44%, 1.03% 하락 마감했다. 마이클 하넷 BoA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날 “내년에 실업률이 상승하면 올해 인플레이션만큼이나 투자자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그 전에 주식 매도를 권장한다”고 했다.다른 나라도 대부분 경기 둔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 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날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4%로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추정치는 3.2%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부동산시장 부양책 등에 힘입어 5% 이상의 경제 성장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중국이 코로나19 경증 감염자가 자가격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산당 최고지도부 회의에선 ‘제로 코로나’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경제 안정이 전면에 부상했다. 3년을 고수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PCR 검사도 완화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7일 10개 방역 완화 조치를 담은 ‘방역 최적화 실행 통지’를 발표했다. 지난달 11일 내놓은 20개 조치에 이어 방역 규제를 추가로 해제했다.국무원은 우선 경증 감염자와 밀접접촉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중국은 그동안 증상과 관계없이 감염자를 무조건 시설에 격리하고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길게는 수주 동안 격리했다. 증상이 비교적 약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대세로 자리잡은 이후에도 시설격리를 고집해 중국에선 감염보다 격리가 더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양로원과 병원, 학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출입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현재는 식당이나 헬스클럽 등 시설 성격에 따라 48시간 이내 음성 결과가 필요한 곳이 많은데 이런 제한을 없앤 것이다. 지역 간 이동 시에도 PCR 음성 확인을 하지 않는다.감염자 자가격리를 허용하고 PCR 검사 의무를 축소하면 감염자를 찾아내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한 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제로 코로나는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감염자 발생을 이유로 봉쇄하는 ‘고위험지역’ 관리도 완화한다. 봉쇄 지역은 최대 건물로 한정하고, 5일 연속 추가 감염자가 없으면 봉쇄를 해제한다. 봉쇄 지역 통행로를 막는 것도 금지한다. 고위험지역을 제외하고는 임의로 생산과 영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방침도 내놨다.국무원이 지난달 11일 20개 조치를 내놓은 이후 중국에선 지역별로 방역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선 감염자가 늘어나자 지방 관리들이 직권으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오히려 혼란이 가중됐다. 이날 추가 10개 조치는 방역 수준을 낮추는 동시에 전국에 통일적 기준을 적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사라지는 제로 코로나공산당 최고 지도부 24명으로 구성된 중앙정치국은 전날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경제 안정과 방역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회의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지난 7월 열린 올 하반기 경제 관련 회의에서 여전히 방역을 강조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경제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7월 회의와 달리 이번 회의에서 지도부는 제로 코로나라는 단어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전염병 통제는 버티는 것이 승리’ ‘인민과 생명이 최우선’ 등의 문구도 사라졌다. 방역과 관련해선 ‘경제 안정과 전염병 통제의 균형’이라는 말만 한 차례 등장했다.중앙정치국은 ‘경제 운행의 전반적 호전’을 2023년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효율성을 높이고, 온건한 통화정책은 정확하고 강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고 기업과 대중이 적극적으로 뛰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플랫폼 기업 감독 상시화’ ‘주택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 등 지난 회의에서 강조한 부분도 이번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추가 방역 완화 조치에도 중화권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소비재와 금융 대형주가 많은 상하이종합지수는 0.4% 내린 반면 기술주 중심의 선전성분지수는 0.17% 상승했다. 제약업종이 4%대, 항공주와 여행주가 3%대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국무원 발표 직후 1% 이상 올랐다가 부동산 업종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