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서 수백㎞ 떨어진 본토 이례적 피해…작전 차질 및 심리적 타격 가능성
"안보 보장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러, 대응책 '부심'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수백㎞ 떨어진 러시아 본토 군사시설이 연이어 공격을 받으면서 전쟁이 다시금 확전 일로로 접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들은 국경과 멀리 떨어진 지역을 포함해 연속으로 벌어져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의 강도를 더욱 높이거나 다시금 핵 위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 본토 연속 피격에 확전위기 고조…푸틴, 국가안보위 소집
◇ '국내 안보' 주제 국가안보위 열려
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내 안보' 보장을 위해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회의의 구체적 주제와 논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벌어진 러시아 국내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날 러시아에서는 랴잔주 랴잔시, 사라토프주 엥겔스시의 군사 비행장 2곳에서 폭발이 일어나 3명이 숨지고 비행기 2대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랴잔과 엥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지역으로,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사건이 드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7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규모 공습을 가했으나, 이날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주의 비행장이 드론 공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 공격에 맞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 본토 연속 피격에 확전위기 고조…푸틴, 국가안보위 소집
◇ 우크라 공격 맞다면 모스크바도 사정권
러시아가 이들 사건으로 받은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지역을 공격했다면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타격 능력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번에 공격받은 엥겔스 군사 비행장이 우크라이나 공습에 투입할 대규모 전략폭격기를 위한 시설을 완벽히 갖춘 유일한 비행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는 폭격기를 여러 비행장으로 분산하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의도적 공격으로 평가한다면, 아마도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병력 방어에 있어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실패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소셜미디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다면 모스크바도 타격할 수 있다는 군사 평론가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던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도 향후 전개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 본토 연속 피격에 확전위기 고조…푸틴, 국가안보위 소집
◇ 공습강화·핵위협·요인테러 가능성도
러시아가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더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크림반도와 자국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 보복 공습을 가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1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으며 전국의 기반시설이 대거 파괴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러시아가 공습의 강도를 대폭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계속된 공습으로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공습 강도가 크게 높아지긴 힘들 것이란 주장도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부장은 국영TV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재고가 고갈될 때까지 대규모 공습을 몇 차례밖에 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핵무기 위협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포함해 자국 영토가 침공받을 경우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이 양국 정보수장 간 회동을 통해 핵무기 사용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러시아도 핵보유국 간 전쟁은 있어선 안 된다고 밝히는 등 핵 위기는 다소나마 진정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요인이나 정부 기관에 대한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도 루마니아·덴마크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유혈 소포가 배달된 것을 비롯해 최근 1주일새 3차례나 이 같은 위협 사례가 벌어졌다.

또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 에미나 자파로바 외무차관에 대해 영토 침해 혐의로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러시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들 관료를 국제 지명수배자 명단에 등록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