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우크라 시설로 봐야…모순적 의사결정 체계 우려"
자포리자 원전 '한지붕 두 소장'…러·우크라 각자 소장 임명
포격 피해가 잇따르면서 방사능 안전 우려가 커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제각각 소장을 임명해 운영권 다툼까지 격화하는 양상이다.

4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은 자포리자 원전 소장 직책을 서로 다른 인물에게 맡겼다.

유럽 최대의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3월부터 러시아군이 점령한 상태이지만 시설 운영은 우크라이나 원전 기업인 에네르코아톰이 맡아왔다.

지난 9월 말 러시아가 원전이 소재한 자포리자주를 비롯해 4개 점령지를 병합한다고 선언한 이후로 러시아 측은 자포리자 원전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시도해왔다.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을 국유화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10월 초 러시아 측은 이호르 무라쇼우 당시 자포리자 원전 소장을 우크라이나 측과 내통한 혐의로 전격 구금하기도 했다.

석방된 무라쇼우 전 소장은 우크라이나의 통제를 받는 지역으로 피신했고, 이후로 소장 직책은 공석으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이 원전의 수석기술자인 유리 체르니츠크를 원전 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의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체르니추크를 해고한 뒤 지난 2일 '맞불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원전 소장 대행으로 드미트로 웨르비츠카이를 임명했으며 수석기술자도 새로 보임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인력을 두고 이 같은 상황을 보고받아 온 IAEA는 자포리자 원전의 운영권을 우크라이나가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방사능 안전과도 관련이 크기 때문에 주요 직책 임명을 둘러싼 갈등도 지양해야 한다고 IAEA는 강조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의 시설로 봐야 한다"면서 "원전 안전에 중요한 운영 체계가 모순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