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세계 기술 지도가 바뀌었다. 안보와 에너지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세계대전망>에서 새해를 앞두고 눈여겨봐야 할 기술과 관련된 용어 23가지를 선정했다. △양자 컴퓨팅이 공격할 수 없는 포스트 양자 암호 △수소 △하늘을 나는 전기 택시 △천연가스를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재기화(regasification) △친환경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가상 발전소 △우주 태양 에너지 등이다.

양자 컴퓨팅은 슈퍼컴퓨터의 처리 능력을 뛰어넘는 최첨단 기술이다. 암호 해독 능력이 뛰어나 적국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가 보편화하면 현재 쓰는 암호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양자 컴퓨터도 공격할 수 없도록 설계된 포스트 양자 암호 기준이 올해 승인됐다.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면서 수소를 향한 관심도 다시 커질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국 정부가 철강 등 중공업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수소 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것이 계기가 됐다. 수소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으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해내는 전기분해 장치 열풍도 불었다. 등장한 프로젝트만 약 600건이다.

에어택시로 쓰일 수 있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도 주목된다. 규제 기관은 에어택시 제조와 승객 수송에 관한 인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 기업인 이항은 2인용 수송기로 승객을 관광지로 수송하고 택배를 배달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전기 택시의 이착륙 공간인 버티포트(vertiport)도 관심사다.

재기화는 천연가스 이동을 한층 쉽게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덜 의존하고자 하는 유럽 국가들에 유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