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부지 매입 후 유럽최대 대사관 계획…양국 외교갈등 더 심화할까
런던탑 근처 중국 대사관 건립 '빨간불'…지역당국 승인 거부
영국 런던탑 근처 역사적 장소에 초대형 대사관을 지으려던 중국의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제동이 걸렸다.

BBC와 가디언 등은 2일(현지시간) 런던 옛 조폐국(로열 민트) 부지로 중국 대사관을 이전하는 계획이 타워햄리츠구에서 예상외로 승인 거부됐다고 보도했다.

타워햄리츠구 구의원들은 전날 밤늦도록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주민과 관광객 안전, 치안, 문화유산 보호, 교통혼잡 등을 고려해 이와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8년 5월 2만㎡ 크기의 옛 조폐국 부지를 2억5천500만파운드(4천억원)에 매입하고 대사관 이전 건립을 추진해왔다.

현재 런던 메릴본에 있는 대사관보다 10배 크게 지어서 유럽 최대 규모로 만들고 문화원 등도 넣을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은 중국대사관이 테러범 표적이 되거나 시위대가 몰려들 수 있다며 안전 우려를 들어 반대했다.

감시, 해킹 관련 불안 호소도 많았다.

민원은 51건 들어왔다.

일각에선 대사관이 들어서기엔 역사적 의미가 큰 공간이라는 지적도 한다.

이 부지는 흑사병 묘지였다가 이후 해군이 사용했고 1809∼1967년에는 조폐국으로 쓰였다.

반면 일자리가 생기고 인근 지역이 개발되는 이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대사관 건립이 무산되면 양국 외교 갈등이 더 첨예해질 우려가 있다.

영국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지적하고 안보 우려를 들어 중국 투자에 벽을 세우고 있으며, 이에 맞서 중국도 영국 의원들을 제재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엔 맨체스터 영사관 앞에서 시위하던 홍콩 출신 남성을 중국 외교관들이 영사관 안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반대 시위를 취재하던 BBC 기자가 연행되는 사태도 있었다.

리시 수낵 총리는 이번 주 초 중국이 영국의 이익과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며 "양국의 황금시대는 끝났다"고 발표했다.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이 아직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최종 결정이 나기 전에 런던시나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있고 중국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CNN은 영국 정부로선 지역 당국의 결정을 뒤집자니 정치적으로 논란이 일 수 있고 가만히 있자니 중국과 관계가 악화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