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실트론 공장에 이어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도 방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유럽 동맹국의 반발은 계속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6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TSMC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 내 제조업 부흥, 공급망 재구축,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논의하려는 목적이다. TSMC는 120억달러(약 16조6000억원)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TSMC는 바이든 대통령 참석에 맞춰 1차 생산장비 반입식을 열 예정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TSMC 창업자인 장중머우 전 회장도 참석한다.

미국은 중국에도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 완화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미국 우방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미국 의원들과 함께한 오찬에서 “IRA는 프랑스 업계 사람들에게 아주 공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IRA를 논의할 때 누구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1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30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호주의 정책 철회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EU도 비슷한 조치로 응수하겠다”며 IRA 규제에 대한 ‘맞불’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전기차가) 생산돼야 한다는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 기준과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IRA는 유럽 기업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EU 에너지 안보에도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고 했다. 미국과 EU는 5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무역기술협의회(TTC)에서 IRA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