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책임자·관영매체 한목소리…"중국의 바이러스 성질 변화 첫 인정"
로이터 "확진자도 자가격리 허용 등 완화조치 발표 예정"
중국 "오미크론 병원성 약해져"…'제로 코로나' 폐지 수순밟나
중국의 방역 최고 책임자와 관영 매체가 잇달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병원성이 약해졌다고 밝혀 주목된다.

중국 당국이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것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점진적 폐지 신호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방역을 담당하는 쑨춘란 부총리는 전날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 약화, 백신 접종 확대, 예방 통제 경험 축적에 따라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새로운 정세와 임무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쑨 부총리는 이어 "예방 통제 정책은 지속해서 최적화되고 전체 인구, 특히 노인 예방접종을 강화하고 치료제와 의료 자원 준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중국은 거대 인구 탓에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여전히 더 많은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강력한 방역 통제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해온 평소의 경고 없이 중국의 고위 관리가 바이러스의 성질 변화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쑨 부총리의 좌담회를 보도한 관영 통신 신화사의 보도에 '제로 코로나'라는 언급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쑨 부총리는 또한 "감염자 판정, 검사, 치료, 격리 등 방역 조처를 부단히 개선,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 경제 안정을 꾀해야 한다"며 방역 최적화 20개 조항의 차질 없는 추진을 당부했다.

SCMP는 "이는 중국 지도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부터의 출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최신 신호"라고 해석했다.

쑨 부총리의 발언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맞장구를 쳤다.

인민일보는 이날 "봉쇄는 신속히 하고 신속히 해제해야 한다"면서 "장기 봉쇄는 인민의 정상적인 생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불안감을 조성하기 쉽기에 그러한 상황은 시정하고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데이터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등에 비해 병원성과 독성, 중증 및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며 "이는 오미크론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인민일보는 "기저질환자, 고령자, 백신 미접종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면 여전히 중증의 위험이 있다"며 "접종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 특히 고령자는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기존 백신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인한 중증 및 사망을 줄이는 데 여전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합동 방역 통제기구가 '노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화에 관한 통지'를 통해 고령층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데 이어 나온 기사다.

중국 "오미크론 병원성 약해져"…'제로 코로나' 폐지 수순밟나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 전역에서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항의가 들끓는 가운데 관영 매체들은 방역 업무에 대해 기존의 강경한 어조를 낮추고 바이러스 변이의 병원성 약화를 강조하며 노인층에 가능한 한 빨리 예방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민일보가 11월에 전염병 예방·통제에 관한 기사를 16건 내보냈는데 앞선 15건에서는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흔들림 없는 관철을 강조했지만, 16번째인 11월 30일자 기사는 '14억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함께 호흡하며 어깨를 맞대고 마음을 합치면 극복할 수 없는 비바람도,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도 없다'는 감성적인 어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로이터 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며칠 안에 코로나19 감염자도 자가 격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든 감염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임신부나 노인, 기저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밀접접촉자도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시설 격리 대신 집에서 격리하는 조치와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신 신속항원 검사를 늘리는 방안 등도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당국이 고령층 부스터 샷에 속도를 내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고령층 백신 정책의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백신 3차 접종률은 68.7%이지만, 80세 이상은 40.4%에 그친다.

80세 이상의 2차 백신 접종률도 65.8%에 머문다.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의 한 백신 전문가는 SCMP에 "실제로 백신은 매우 안전함에도 백신의 부작용을 둘러싼 말들이 너무 많았다"며 그간 백신 패스를 도입하려 했던 시도들이 번번이 대중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저장, 광시, 후난에서 백신 패스를 도입하려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고, 올해 7월에는 베이징시가 백신 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여론의 저항을 만나 이를 철회해야 했다.

반면 '백신 패스'를 도입한 홍콩은 방역을 점차 완화하고 있다.

홍콩은 현재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해야 식당 등 여러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있다.

홍콩은 이러한 백신 패스를 발판으로 지난 9월 말 입국자에 대한 호텔 격리를 폐지하는 등 '위드 코로나'를 향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홍콩과 중국의 방역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 백신 패스를 꼽는 이들이 많다.

중국은 수백만∼수천만 명에 대한 PCR(유전자증폭) 전수 검사를 수시로 하고, 일상생활에서 24∼48시간 내 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지만 정작 백신 접종은 의무화하지 않으며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왔다.

웨스턴온타리오대 맥스웰 스미스 부교수는 SCMP에 "근본적인 의문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할 경우 중국 당국이 봉쇄 같은 다른 대중 보건 조치를 없앨 용의가 있냐는 것"이라며 "만약 백신 접종이 봉쇄 등 더 참기 어려운 방역 조치의 해제로 이어진다면 많은 이들이 접종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