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등으로 올해 목표 53조원→67조원 상향…실제 모금 31조원 그쳐
그리피스 유엔 사무부총장 "인도주의적 대응 시스템 한계 시험받고 있다"
유엔, 회원국 등에 내년 국제원조 67조원 요청
유엔이 내년 국제원조로 사상 최대 액수인 515억 달러(66조8천억 원)를 모금해 달라고 회원국 등에 요청키로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쟁, 기후위기, 콜레라와 코로나19 등 전염병, 식량부족, 빈곤 악화 등에 따른 것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 인도주의 지원 보고서 2023'(GHO 2023)의 주요 내용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면서 내년에 유엔과 파트너 기구들의 원조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이런 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OCHA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인도적 원조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인원은 올해 초 기준 2억7천400만명에서 내년에는 역대 최다인 3억3천900만명으로 늘 전망이다.

유엔과 파트너 기구들은 이 중 도움이 가장 절실한 69개국 2억3천만명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내년 사업 목표로 잡았다.

OCHA에 따르면 유엔은 작년 12월 'GHO 2022'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제원조 지원 요청액을 410억 달러(53조2천억 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재난들이 계속 발생함에 따라 필요 금액 추산치를 517억 달러(67조1천억)로 상향조정했다.

다만 올해 실제로 모금된 액수는 약 240억 달러(31조2천억 원)에 그쳤다.

유엔과 파트너 기구들은 이를 통해 69개국 2억1천600만명을 지원했다.

이번에 발표된 GHO 2023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비율은 23명 중 1명 꼴이며, 이는 불과 4년 전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5년에는 이 비율이 95명 중 1명 꼴이었다.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가 늘었을뿐 아니라, 식량과 연료 등의 가격이 오르고 물가도 상승했으며, 운영 비용도 올랐다.

예를 들어 세계식량기구(WFP)의 월별 식량 조달 비용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44% 증가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은 GHO 2023 보고서 서문에서 이런 어려운 여건을 설명하면서 "인도주의적 대응 시스템이 한계를 시험받고 있다.

하지만 압박이 심할수록 도전을 맞는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결심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GHO 2023 보고서 발표 행사는 현지시간 1일 오전(한국시간 1일 오후) 스위스 제네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3곳에서 열리며 유엔 웹 TV 등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AFP에 따르면 그리피스 부총장은 지난달 30일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엄청난 숫자이며 우울하게 만드는 숫자"라며 내년에는 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피스는 2022년에 일어난 극단적 사건들이 2023년에도 이어지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이 "충격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아프리카의 뿔(동부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반도)에 이르기까지 살인적인 가뭄과 홍수가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언급하면서 "유럽의 일부를 전쟁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