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SK실트론 공장에 이어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에도 방문하기로 했다. 중국에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 동맹국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백악관 “6일 TSMC 공장 방문”
3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TSMC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 내 제조업 부흥, 공급망 재구축,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계획을 논의하려는 목적이다. TMSC는 120억달러(약 16조6000억원)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TSMC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참석에 맞춰 1차 생산장비 반입식을 열 예정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TMSC 창업자인 장중머우 TSMC 전 회장도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TSMC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지난 21일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칩 공장을 둔 애리조나주 부지에 3나노미터 칩 공장도 두겠다”며 미국의 반도체 자급화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상태다. 4나노미터 칩 생산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TMSC이 내년 가동에 맞춰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4나노미터 칩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애플이 이 공장 생산량의 3분의 1을 사용할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강조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9일에도 미시간주에 있는 SK실트론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장을 찾아 “더 이상 (중국의) 인질이 되지 않겠다”며 공급망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과는 갈등을 풀어보려는 모양새다. 지난 30일 러몬드 장관은 “중국 경제와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핵심 경제, 국가 안보 이익, 인권 가치를 위협하지 않는 분야에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주고 근로자에겐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프랑스·독일, IRA 비판하며 철회 압박
미국의 우방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미국 의원들과 함께한 30일 오찬에서 “IRA는 프랑스 업계 사람들에게 아주 공격적”이라며 “미국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우리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IRA가 논의될 때 누구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며 미국에 대한 섭섭함도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1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30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호주의 정책 철회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EU도 비슷한 조치로 응수하겠다”며 IRA 규제에 대한 ‘맞불’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전기차가) 생산돼야 한다는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 기준과 양립이 불가능하다”며 “독일 정부는 단호히 행동할 결의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동맹국 반발에도 IRA를 옹호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마크롱 대통령의 IRA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IRA는 유럽 기업들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EU 에너지 안보에도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고 답했다. 미국과 EU는 오는 5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무역기술협의회(TTC)에서 IRA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