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에서 축구 팬들이 무지개색 깃발을 동원하며 주최국 카타르의 반 성 소수자(LGBT) 정책에 항의하지만, 아랍의 성 소수자들은 서구권의 연대 움직임이 득보다 해가 될 수 있어 걱정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드컵] 서방 연대가 달갑지 않은 아랍 성소수자들…"역풍 우려"
카타르에 인접한 바레인 출신의 32살 사업가는 안전을 우려해 익명을 조건으로 "월드컵은 끝날 것이고 증오는 계속될 것"이라며 "그늘에서 사는 삶이 좋지는 않지만, 조명을 받으며 사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성 소수자를 응원하는 몸짓이 그동안 신중함에 기대며 생존해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부터 성 소수자 권리와 무지개색 깃발 사용 등 문제는 상당히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애초 유럽 국가의 축구대표팀 주장들은 무지개 하트가 담긴 '원러브'(Onelove) 완장을 이번 월드컵 대회 때 찰 계획이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반대로 물러서기도 했다.

[월드컵] 서방 연대가 달갑지 않은 아랍 성소수자들…"역풍 우려"
아랍권 최초의 공식 성 소수자 단체로 레바논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헬렘'의 간부 테럭 제이단은 "역풍이 매우 심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은 현지 성 소수자들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슬람 지역의 성 소수자를 응원하는 서구의 활동이 의도하지 않은 역풍을 불러온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예컨대 올해 바레인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미국대사관이 성 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 무지개색 깃발을 게양하고 소셜미디어에 연대의 뜻을 밝힌 뒤 걸프 지역 국가들이 동성애와 관련해 심상치 않은 단속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동성애를 하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무지개색 장난감과 의류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고 몇몇 걸프지역 국가들은 동성 간 키스 장면이 담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트이어' 등 할리우드 영화의 상영을 금지했다.

과거 카타르에서 살았던 제이단은 "인권을 우려한다면 실제로 폭력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