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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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선진국 가운데 대표적인 ‘다산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인구가 줄었지만 프랑스 인구는 역주행했다. 18만여 명 늘었다. EU 내 인구 증가율 1위, 합계 출산율 1위(1.83명)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혼인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 제도와 인식이 높은 출산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년 새 인구 690만 명 증가
多産 국가 프랑스, 신생아 62% '혼외 출산'
27일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 지역 인구는 4억4682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7만1700명 줄었다. 반면 프랑스 인구는 18만5900명 늘었다. EU 27개국 중 인구 증가폭이 가장 컸다. 주변국인 독일(8만2100명 증가), 스페인(3만4100명 증가), 이탈리아(25만3100명 감소) 등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확연하다. 프랑스 인구는 2001년 6094만 명에서 지난해 6784만 명으로 20년 만에 690만 명 늘었다.

프랑스 인구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단연 선진국 최고 수준의 출산율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프랑스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83명으로 집계됐다. EU 국가 중 최고 출산율로 EU 합계출산율인 1.47명(2020년 기준)을 훌쩍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국가 중에서도 출산율이 프랑스를 넘어서는 국가는 이스라엘(2.90명)과 멕시코(2.08명)뿐이다.
“동성·동거·미혼가정 인정”
프랑스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유럽 내에서도 가장 개방적인 가족 규범이다. 프랑스에선 동성·동거 부부, 미혼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지난해 프랑스 출생아 중 혼외 출산 비율은 62.2%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 혼외 출산율(2%)과 대조된다. 영국 가디언은 “남부 유럽이나 일본에선 미혼이나 동거 형태로 아이를 낳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도 지원한다. ‘시민연대계약(PACS)’이란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1999년 동성 사실혼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PACS는 곧 전통적 가족 형태에 부담을 느끼는 이성 간 커플에게도 대안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PACS의 약 97%가 동성이 아니라 이성 간 계약이다.

여성의 육아와 일의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와 문화도 출산율을 높인 요인이다. 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의 만 15~64세 여성의 취업률은 67.6%다. 남성(74.5%)과의 격차가 6.9%포인트에 그친다. 지난해 한국의 여성 취업률은 57.7%로 남성(75.2%)보다 17.5%포인트 낮았다. 여성의 높은 사회적 지위도 출산율 상승에 기여했다. EU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45.3%에 달했다. EU(30.6%), 한국(4.2%)을 크게 웃돈다. 경제전문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의 육아와 일의 병행을 지지하는 제도적, 사회적 분위기가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미국, 노르웨이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프랑스에서도 출산율 하락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2.01명에 달했던 출산율이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임기 여성의 수가 1990년대 중반 대비 약 10% 줄자 출산율도 떨어졌다. INSEE는 2034년 프랑스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역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