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은행들이 당국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에 부응해 관련 업체들에 대한 1조위안(약 185조원) 이상의 대출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금융 지원이 대형 우량 업체들에만 집중돼 부동산발 부채 리스크를 잠재우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중국 6대 국유 상업은행(공상·건설·중국·교통·우정저축·농업)은 최근 17곳의 부동산개발업체에 총 1조2750억위안(약 237조원)에 달하는 대출 계획을 내놨다. 공상은행은 국유 부동산개발업체 1위인 완커를 포함한 12개 업체에 6550억위안을 지원하기로 했다. 건설은행은 8곳과 신용 제공 협약을 맺었다.

교통은행은 완커에 1000억위안, 종합평가 26위인 메이더에 200억위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중국은행은 완커에 1000억위안의 신용 한도를 제공한다. 민간 1위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공상, 중국, 우정저축으로부터 총 1500억위안을 확보했다.

중국 은행들의 이런 조치는 당국의 부동산시장 지원 대책에 따른 것이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지난 11일 '부동산 16조'를 내놨다. 이어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는 23일 '금융 16조'를 공개했다. 골자는 우량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다. 대표적 조치는 부동산 업체들에 대한 대출 규제 기준인 '3대 레드라인'의 적용을 유예한 것이다.

3대 레드라인은 단기부채보다 현금이 많을 것 등 부채를 기준으로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조치다. 지난해 6월 이 제도 도입 이후 기존 대출의 연장이 막힌 헝다 등 다수 업체가 디폴트에 내몰렸다.

최근 대책으로 3대 레드라인 적용은 중단됐지만, 최근 은행들은 우량 업체들에만 지원을 집중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의 의도는 대형 업체들이 재정난을 맞은 경쟁사나 미완공 아파트 프로젝트를 인수해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번 대책은 다수 민간 부동산 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는 큰 효과가 없어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부채 리스크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대출 확대에 대비해 지급준비율을 내려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준율은 은행이 유치한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자금의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국무원은 지난 23일 지준율 인하를 시사했으며, 통상 1~2일 뒤 인민은행이 인하 수준을 발표한다. 지준율 인하는 지난 4월 0.25%포인트 인하 이후 7개월만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한 2020년부터 매년 2회씩 지준율을 내리고 있다. 인민은행은 전체적 유동성 공급이 크게 부족하진 않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에 닥친 경제 주체들을 돕기 위해 지준율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지준율 인하와 같은 정책이 중국 경기를 반전하기엔 부족하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노무라는 "진짜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제로 코로나' 기조를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24일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1.1%에 해당하는 지역이 봉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비율은 10월 말 9.5%에서 두 배 넘게 올라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