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 결정을 앞두고 2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3% 이상 하락했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내년 1월물)은 전 장보다 3.3%(2.95달러) 하락한 배럴당 85.41달러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내년 1월물)도 전 장보다 3.7%(3.01달러) 떨어진 배럴당 77.94달러에 장을 마치며 배럴당 80달러선 아래로 밀렸다. WTI 선물 종가는 9월 26일 이후 최저치다.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 결정 앞두고 3% 이상 하락 [오늘의 유가 동향]
시장에서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얼마로 결정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5∼70달러로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 대사들은 G7의 제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곧 결론을 낼 예정이다. 배럴당 65∼70달러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제안한 배럴당 60달러선보다 높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재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이 연간 여러 차례 조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와 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65~70달러로 설정할 경우에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유럽과 서유럽에 인도되는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62~63달러, 지중해로 가는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67~68달러다. 현 가격보다 높으면서 생산비용(배럴당 약 20달러)도 보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 상한선이 책정되면 러시아가 원유를 계속 생산해 공급할 유인이 유지된다고 분석한다.

EU와 G7, 호주 등은 다음 달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적용하는 제재를 시행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자금을 조달하는데 차질을 빚게 하는 게 목적이다. 해상으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적용된다. 상한선 이상으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운송, 보험 등 서비스 제공이 금지된다. 미즈호증권은 가격 상한선이 높아질수록 중국 등 러시아 원유 구매자들이 운송, 보험 등을 활용하는 데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 휘발유 재고가 시장 추정보다 늘어난 점도 국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8일로 끝난 주간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369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휘발유 재고는 305만배럴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38만여배럴 증가를 추정해 왔다. 프라이스퓨처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미국 휘발유 재고 증가는 수요 둔화를 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