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도 '수업 보이콧'…"1명 죽이면 수천 명 들고 일어날 것"
시위 장기화에 '가짜 뉴스' 확산 우려도
확산하는 이란 시위…시장 상인들도 사흘간 동조 휴업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에 시장 상인과 노동자 등 각계각층이 동참하면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의 상점들은 9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기 위해 3일간의 동조 휴업에 들어갔다.

수도 테헤란 중심에 위치한 그랜드 바자르(전통시장)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9월 13일 테헤란에서 쿠르드계 이란인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사흘 만에 숨진 후 시위대가 이란 정권을 규탄할 때 쓰는 표현이다.

노르웨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쿠르드계 인권단체 '헹가우'에 따르면 서부 쿠르디스탄 지역에서는 최소 18개 도시에서 상인들이 동조 휴업에 들어갔다.

쿠르디스탄은 쿠르드족이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 중 하나다.

상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이란 당국은 테헤란 등 시위가 중점적으로 발생하는 곳에 군경을 파견한 상태라고 WSJ은 전했다.

2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를 표한 건 상인만이 아니다.

철강 노동자들도 이날 테헤란과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서 파업에 동참했다.

최근 이란에선 석유와 천연가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바 있다.

WSJ은 같은 날 쿠르디스탄 지역의 여러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보이콧에 나섰다고 밝혔다.

헹가우에 따르면 이들 학생은 "당신들이 시민 한 명을 죽일 때마다 수천 명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중부 도시 야즈드에서도 의대생들이 자신이 인턴으로 일하는 병원이나 클리닉으로 출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WSJ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이 단순히 히잡 강제 착용 등 복장 규제에 항의하는 것에서 이슬람 공화국의 전반적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해당 시위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의해 계획됐다면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12일 기준 이란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시위자는 최소 326명에 달한다.

이란 사법부는 13일 시위 관련자에게 처음으로 사형 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WSJ은 이 같은 상황에도 상인과 대학생 등 다양한 계층이 연대하면서 시위가 더욱 탄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시위가 길어지면서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표적 사례는 사형과 관련된 뉴스로, NBC 방송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1만5천 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14일 해당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11시간 후 삭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