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경찰, 국가법 위반 여부 조사할 것"
'홍콩시위대 노래 연주' 파장…홍콩 "한국 총영사에 강력 항의"(종합2보)
한국에서 열린 국제 럭비대회에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상징하는 노래 '글로리 투 홍콩'이 울려 퍼진 사건과 관련해 홍콩 정부가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공식 항의했다.

또한 홍콩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국가(國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14일 밤 한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에릭 찬 정무부총리가 한국 총영사를 만나 강하게 항의했으며, 해당 사건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들이 보도했다.

그는 "아시아럭비연맹이 이번 대회 주최국과 홍콩의 결승전 경기에서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용군 행진곡' 대신 '글로리 투 홍콩'이 연주되게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아시아럭비연맹은 이미 사과를 했지만, 국가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홍콩 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경찰은 국가법이나 다른 홍콩 법을 위반하려는 음모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홍콩럭비연맹에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고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리 투 홍콩'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고 2019년 시위 기간 '검은 폭력', '독립 세력'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리 장관은 홍콩 밖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경찰이 어떻게 조사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 "홍콩 경찰은 어떤 조사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조사 기간 어떠한 증거가 채집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백용천 총영사가 어제 오후 홍콩 측의 요청으로 에릭 찬 정무부총리를 면담했으며, 홍콩 측은 금번 사안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 직전 국가 연주 시간에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 대신 '글로리 투 홍콩'이 울려 퍼졌다.

'글로리 투 홍콩' 가사는 민주주의와 자유는 물론, 홍콩 시위대의 대표 구호인 '광복 홍콩, 시대 혁명'도 담고 있다.

이 구호는 현재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홍콩과 아시아럭비연맹의 항의를 받은 조직위는 국가가 잘못 연주된 것을 인지하고 곧바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틀었다.

이에 아시아럭비연맹은 성명을 통해 "아시아럭비와 한국럭비연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홍콩럭비연맹, 홍콩 정부, 중국 정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사건은 올바른 국가 대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노래를 튼 현지 조직위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럭비협회도 "국가 연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 착오로 인한 단순 실수로 발생한 것이며 그 어떠한 의도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럭비협회 관계자는 "아시아럭비연맹과 협의를 거쳐 태국서 치른 1차 대회 때 사용한 국가 자료를 전달받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원활한 대회 운영을 자체적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개별 국가를 확보해 현장 실무진에 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의 이러한 해명에도 홍콩에서는 논란이 커졌다.

친중 진영 정치인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음모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