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여국들이 공동선언문 초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또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추진과 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등에 대해서는 "통화 긴축 속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도 선언문에 담길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틀간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한 가운데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상임의장은 "러시아 대표를 포함한 G20 국가 협상 대표들이 정상회의 종료 후 발표될 공동선언문 초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DPA 통신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문구를 넣는 데 성공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표현하는 단어를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장해온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용어 대신 '전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이 같은 선언문 초안을 승인한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우방인 중국의 지지에 더 이상 기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DPA는 분석했다.

한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 전 기자간담회에서 "선언문에는 G20 국가 대부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적, 인도주의적 고통의 근원임을 명백히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일 새 해당 국가 관계자들이 모여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하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의 의장인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을 선언하며 "우리는 세계를 분열 위기로 몰아넣는 또 다른 냉전에 빠지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회의의 첫 번째 세션인 식량·에너지 안보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지금이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며 "또 전쟁 종식과 관계 없이 흑해항을 통한 곡물 수출 협정은 무기한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G20 회원국이 아니지만,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초청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기로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회원국 대표들은 또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의 경쟁적인 긴축 전환과 그로 인한 역환율전쟁 국면에 대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가며 그에 알맞게 속도를 조정해나갈 것"이라는 내용도 선언문에 담을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이틀 동안 식량·에너지 안보와 보건, 디지털 전환 등 총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된다. 또 회의 이후에는 20개국의 의견을 모은 공동선언문인 '발리 선언'이 채택될 예정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