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외교·국방장관 회동…"우크라없이 결정하는 일 없어"
서방, 러 헤르손 퇴각후 잇단 '협상 임박설'에 신중론 견지
나토 "러 과소평가 안돼…협상 가능한 조건 판단은 우크라 몫"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간) 잇달아 제기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임박 가능성에 대해 "(협상을 위해) 수용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는 우크라이나가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해 웝크 훅스크라 부총리겸 외교부 장관, 카샤 올롱그렌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협상에 적합한 시기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독립된 주권 국가로서 우세한 시점이 되면 협상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이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전쟁은 결국에는 어느 단계에서 이뤄지는 협상을 통해 종결되지만, 협상 논의는 근본적으로 전장 상황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도 전장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당연히 알 것"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됐던 헤르손 지역을 수복한 이후 '협상 임박설'이 잇달아 제기되는 것과 관련, 앞서나가는 추측에 선을 그으며 신중론을 견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서 이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휴전 협상 관련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할 것"이라고 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미국 정부도 지난 12일 자국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인식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산하자 대화의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수복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용기"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러시아를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주 새 러시아가 일부 점령지를 빼앗기긴 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넓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앞으로 몇 개월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며 "푸틴의 목표는 올겨울 우크라이나를 춥고 어둡게 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훅스크라 네덜란드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나토의 '평화 신뢰 기금'(Peace Trust Fund)에 2천만 유로(약 273억 원)를 추가로 기여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거듭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