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G20 중국 대표단 숙소서 회동…2017년 1월 이후 첫 만남
설리번·블링컨·옐런 vs 딩쉐샹·왕이·허리펑 양국 실세들 배석
'5년만의 재회' 바이든·시진핑 긴 악수…"대면회담이 최고"(종합)
14일 오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환한 표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양국 정상의 만남은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대표단이 머무는 물리아 호텔에 바이든 대통령이 찾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국 대표단 숙소는 이 호텔에서 10분가량 떨어진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다.

푸른색 정장을 입은 바이든 대통령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시 주석은 서로를 보자마자 반갑게 웃으며 긴 악수를 했다.

모두 오랜만에 보는 옛 친구를 만나는 표정이었다.

두 정상은 성조기와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했고, 양국 정상은 서로를 향해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만남을 이어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2011년 중국을 방문해 당시 부주석이던 시 주석과 회동했다.

이후 18개월간 양국을 오가면서 최소 8차례 만났고, 식사한 시간만 25시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리 회담은 2017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회동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양국 정상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지난 7월까지 화상 및 전화통화 방식으로 5차례 소통했을 뿐 대면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반갑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한 양국 정상은 바로 회담장으로 이동해 대면회담을 시작했다.

양국 정상은 모두 발언에서 과거 만남을 회상하며 대면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선생 니하오'라며 말문을 연 시 주석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2017년 다보스 포럼이 5년이 넘었다"며 "당신이 취임한 이후 우리는 화상 회담과 전화로 의사소통을 유지했으나 면대면 회담보다는 못하다.

오늘 드디어 대면 회담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5년만의 재회' 바이든·시진핑 긴 악수…"대면회담이 최고"(종합)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부통령(시 주석은 부주석)이었을 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당신을 만나서 매우 기쁘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 뒤 당신과 나는 솔직하고 유용한 대화를 나눴지만, 대면회담을 대체할 것은 거의 없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모두 발언에서 상호 협력과 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시종일관 차분한 어투를 유지했다.

세계가 주목한 두 정상의 만남이 열린 이날 회담장은 장식용 꽃을 사이로 약 5m 간격을 두고 두 개의 긴 테이블이 설치됐다.

테이블에는 정상을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4명이 배석하는 방식으로 양국에서 각각 9명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중국에서는 딩쉐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마자오쉬·셰펑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딩쉐샹은 지난달 중국 당 대회 때 새롭게 구성된 최고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 중에는 유일하게 배석해 최측근 실세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외교 실무 사령탑 격인 왕이 정치국 위원과 함께,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셰펑 부부장, 지난달 당 대회 때 외교 관련 대 언론 설명회에 나섰던 마자오쉬 부부장, 대변인을 겸하는 화춘잉 부장조리 등 외교 라인 배석자들은 외교 실세로 꼽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또 류허 부총리의 후임자 후보로 거론되는 허리펑 주임의 배석은 이번 회담에서 이뤄질 미중 관세 문제, 미국의 대 중국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등 경제 현안 논의에 대비한 포석으로 읽혔다.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양국의 다른 참모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주 앉았다.

한편 시 주석의 이날 인도네시아 방문에는 영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도 동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