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가 이스탄불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 조직에 미국의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조의도 거절했다. 튀르키예는 이번 테러가 쿠르드족에서 군사 교육을 받은 시리아인 여성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14일(현지시간) 아랍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13일 오후 일어난 폭발 사건에 대한 미국 대사관의 조의를 거절했다. 술레이만 소을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오늘 미국의 조의는 마치 살인범이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온 것과 비슷한 일"이라며 "이번 메시지에 대한 반응은 매우 뚜렷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이 이번 폭발 사건에 대해 조의를 표하며 테러 행위를 비판한 것을 재비판한 것이다.

문제가 되는 폭발 사건은 13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쇼핑 중심가인 이스티크랄에서 발생했다. 이 폭발로 최소 6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쳤다. 튀르키예는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주동 단체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목했다. PKK는 튀르키예 동남부와 이라크와 북부, 시리아 동북부 등에 사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 단체다. 단일 정부를 내세우는 튀르키예 정부 입장으로선 PKK는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위협에 해당한다. 튀르키예는 2015~2017년에도 쿠르드족 연계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 공격을 받기도 했다.

튀르키예가 미국에 날을 세운 건 PKK의 하부조직으로 추정되는 쿠르드민병대(YPG)와 미국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군은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해 2014년부터 YPG에 병참과 훈련을 지원해왔다. 튀르키예는 미국이 PKK와 YPG에 무기 등을 지원해왔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소을루 장관은 "튀르키예의 동맹이라는 국가의 불성실함은 명명백백하다"며 "우리를 친구처럼 대하지만 테러리스트를 숨겨주거나 테러리스트의 점령지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튀르키예 보안당국은 폭탄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국적 여성인 아흘람 알바쉬르를 포함해 46명을 이번 사건의 연루 혐의로 체포한 상태다. 14일 중동 지역 전문 매체인 알자지라에 따르면 알바쉬르는 쿠르드족 군인들에게 훈련을 받은 뒤 시리아 북서부의 아프린 지역을 통해 터키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14일 오전 2시 50분께 체포되기 전까지 테러 장소 주변의 보안카메라 위치들을 확인하기도 했다. 폭발 직후에는 이스탄불 서부 지역인 에세뉴르트 지구로 달려가 그리스로 탈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