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스 콜먼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창업자. 자료=한경DB
체이스 콜먼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창업자. 자료=한경DB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업체) 투자 성공으로 이름값을 높였던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의 헤지펀드 자산 규모가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봉쇄 조치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중국 기술주의 부진이 헤지펀드 운영에 악재가 됐다.

7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인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타이거글로벌이 운용하는 주력 헤지펀드의 지난달 수익률은 -5.4%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수익률은 -54.7%다. 1~10월 손실 기준으로 역대 최대 손실율이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18.8%), 나스닥지수(-29.8%)보다 수익률이 나쁘다. 상장 주식과 비상장 주식에 함께 투자하는 '크로스오버' 펀드의 지난달 수익률은 지난달 -4%를 기록했다. 크로스오버 펀드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44%로, 이 또한 역대 최악이다.

타이거글로벌은 기술주 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체이스 콜먼이 설립한 헤지펀드 운영사다. 운용자산 규모가 약 600억달러(약 83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투자사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당시로서는 스타트업에 속했던 중국 알리바바에 상장 전 투자를 결정해 큰 수익을 거뒀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에 투자한 2억달러를 50억달러로 돌려받기도 했다.

올해엔 상황이 반전됐다. 타이거글로벌이 기록한 평가손실의 상당 부분이 중국 기술주 투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운영자산이 119억달러(약 16조5000억원) 규모인 이 회사의 헤지펀드에서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건 징둥닷컴(16.4%)이다. 지난 7일 기준 나스닥증시에서 징둥닷컴 주가는 연초 대비 35% 떨어진 상태다. 타이거글로벌은 최근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율에 대한 기술주의 부담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손실이 악화됐다"며 "주식 포트폴리오에 대한 헤지도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에서 펀드를 온전히 보호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에 중국 투자도 보류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타이거글로벌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이 결정되자 중국 주식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지도부가 시 주석의 충성파로 채워지고 '제로 코로나' 정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부흥책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투자를 보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열릴 중국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회 경제회의 결과를 본 뒤 타이거글로벌이 중국 투자를 재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