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봉쇄 완화 기대감 등 유가 상승 요인이 많아 유가가 오는 4월 배럴당 115달러 수준으로 뛸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1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내년 1월물의 배럴당 가격은 전장 대비 1.84달러(1.98%) 상승한 94.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도 2.13% 상승한 88.3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이 각각 전장 대비 0.48%, 0.98% 하락했던 것과 대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이란의 공격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경고하는 정보를 미국과 공유했다. 이 정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내 미군 주둔지역, 이란 인접 국가들이 군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2% 상승...중동 정세 불안과 중국 봉쇄 완화 기대 영향 [오늘의 유가동향]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위협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군사 및 정보 채널을 통해 사우디와 지속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역에서 우리의 이익과 협력국을 보호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경제학자인 홍 하오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이 재개방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3월 내에 코로나19 관련 규정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프라이스퓨쳐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중국의 봉쇄 완화에 대한 많은 신호를 받고 있으며 시장도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선 "(유가 흐름에) 확실한 위험 요인"이라며 "(미국이) 판매한 전략 비축유를 모두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1분기를 전후해 유가가 11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요인이 공급을 압박하면서 유가가 내년 4월까지 배럴당 11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내년까지 공급 상황이 비교적 타이트해 상당한 상승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가격 관리를 위해 그간 추진했던 전략적 비축유 방출을 중단하는 가운데 다음 달로 예정된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원유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이다. 시추 부족으로 미국 셰일가스 생산·공급이 부족한 점,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가 하루 200만배럴의 석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점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들었다.

커리 책임자는 "지난달 OPEC플러스의 감산 동기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였다"며 "세계 경기가 예기치 않게 반등할 경우 석유 공급을 확대에 도움이 될 만한 선택사항도 일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전문가도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조셉 맥모니글 국제에너지포럼(IEF) 사무총장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IEF뿐 아니라 많은 소비국이 EU의 러시아 제재가 시작되면 석유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려하고 있다"며 "일일 러시아산 원유 300만배럴의 공급이 줄어들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쉽게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EF는 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조치가 다음달 시행되면 일일 100만~300만배럴 분의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