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부터 과격 운동투신…"충성 않는 아랍계 시민 추방해야" 발언 논란
이스라엘도 '극우 돌풍'…총선서 '킹메이커' 부상한 벤-그비르
1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극우 정당 연합인 '독실한 시오니즘 당'의 약진을 이끈 이타마르 벤-그비르(46)가 베냐민 네타냐후의 킹 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이끄는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이날 투표 종료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전체 120석의 크네세트(의회) 의석중 14∼15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월 총선때 확보한 6석의 2배 이상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와 동일하다면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원내 제3당, 우파 블록에서는 2번째로 규모가 큰 정당이 된다.

독실한 시오니즘당은 벤-그비르가 대표로 있는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와 정통파 유대 극우 정당 나움(Naom)이 참여하는 이스라엘의 정당 연합이다.

이름 그대로 독실한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유대 민족주의 운동)을 바탕으로 한 극단적 민족주의를 표방하며,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여기는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옹호한다.

또 성소수자 문화를 배격한다.

예루살렘 근교에서 이라크계 유대 이민자인 아버지와 쿠르드계 유대 이민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벤-그비르는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대이스라엘 민중 봉기)를 경험하면서 일찌감치 극우의 사상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랍계 추방을 옹호하는 정당 몰레데트의 청년 조직에 가입했고, 이후 더 과격한 극우 정당인 카흐(Kach)에 입당, 청년조직을 이끌면서 불과 14살의 나이에 구금된 적이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벤-그비르는 1990년대에는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인정한 오슬로 협정 반대 운동을 주도하면서 여러 차례 기소된 바 있다.

특히 그는 오슬로 협정을 주도한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가 암살되기 몇 주 전 라빈 전 총리의 차량에서 몰래 떼어낸 엠블럼을 들고 방송 화면에 나와 위협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극우적인 성향과 활동 과정에서 행한 위법행위로 병역을 면제받고 변호사 시험도 치르지 못할 뻔했다.

논란 끝에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그는 극우 정치인과 활동가들의 변호를 도맡았다.

또 그는 미국으로부터 테러 단체로 지목된 카흐 관련 활동을 이어왔고, 그 이념을 계승해 오츠마 예후디트를 창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총선에 처음 출마해 고배를 마신 그는 독실한 시오니즘 당이 6석의 의석을 확보한 2021년 총선을 통해 크네세트 의원이 되었다.

그는 2019년 총선 당시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아랍계 시민은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지난해 12월에는 주차장에서 비무장 상태의 아랍계 경비와 주차 시비 끝에 총을 꺼내 들고 위협하는 영상이 유포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를 노리는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해 총선 전에는 벤-그비르의 입각에 반대했지만, 최근 벤-그비르가 이끄는 극우 정당의 선전이 예상되자 그의 입각에 반대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벤-그비르는 이스라엘 경찰을 관장하는 치안 장관이 되겠다는 야심을 밝혔는데, 네타냐후 전 총리도 그가 치안 장관이 되어 '분쟁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성전산을 지킬 것이라고 호응했다.

그런 벤-그비르가 이끄는 극우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올해 들어 격화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 초정통파 유대교도 집단 거주지인 브나이 브라크와 텔아비브 등에서는 분리 장벽을 넘어 침투한 팔레스타인 주민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이어졌다.

이들을 테러 세력으로 규정한 이스라엘군은 테러범 색출을 명분으로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수색을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원 및 주민과의 충돌로 거의 매일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00명이 넘는다.

벤-그비르와 그가 이끄는 독실한 시오니즘당의 약진은 유럽에 몰아닥친 극우 돌풍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유럽에서는 올해 들어 프랑스,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했고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즘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총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처한 정치 상황은 유럽과는 다른 측면이 많지만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이민자, 외국인 배격을 주장하며 치안 강화와 낙태 및 동성애 반대 등 보수적 의제를 내세우는 정파가 득세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