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분기 북한 주류 수출 급반등…보드카 등 42억원 규모
중국의 3분기 대북 주류 수출이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경 봉쇄 이후 2년여 만에 급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전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7∼9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한 주류 규모가 300만달러(약 42억원) 가까이 된다.

브랜디 같은 증류주가 8만3천여 리터(L), 와인 7만1천L, 위스키 약 6만8천L, 보드카 4만7천여L 등이 북한으로 보내졌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주류가 수출된 것은 지난 1월 3만8천395달러(약 5천400만원) 상당 위스키와 보드카가 국경을 넘어간 후 처음이다.

2∼6월 중국의 대북 주류 수출 기록은 없다.

북한은 8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으며, 이후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운행하는 북중 화물열차가 지난달 26일 중단 150일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해관총서 기록을 분석하면 이들 주류는 대부분 멕시코,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것으로 랴오닝, 푸젠, 후난 등의 보세구역을 통해 북한으로 재수출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북한으로 재수출된 주류의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지만, 북한으로 수출된 특정 주류의 양과 그 전에 보세구역으로 수입된 해당 주류의 양을 비교하면 원산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달 중국은 랴오닝의 보세구역에서 북한으로 444달러어치 데킬라 36L를 수출했는데, 이는 2017년 이후 중국이 북한으로 수출한 첫 데킬라다.

같은 기간 랴오닝 보세구역에는 단 1건의 데킬라 수입만 기록돼 있는데, 2020년 1월 멕시코에서 들여온 444달러어치 36L뿐이다.

또 랴오닝 보세구역에는 2020년 2월 영국에서 진 2천520L가 수입된 것으로 기록됐는데 지난달 정확히 같은 양의 진이 랴오닝에서 북한으로 보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무역업자는 SCMP에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생필품을 얻기 위해 분투하기 때문에 이들 주류는 북한 엘리트들의 식탁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보세구역을 거쳐 북한으로 재수출하는 방식은 코로나19 이전 흔했다며 "주류뿐만 아니라 담배, 백설탕 등도 재수출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북한을 자주 왕래했다는 이 무역업자는 북한의 지배층이 서양 주류의 열렬한 소비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창궐 후 북한이 국경을 닫으면서 해관총서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북한으로 수출한 것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첫 핵실험 직후인 2006년 10월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 8항에서 '사치품'(luxury goods) 금수 조치를 규정한 이래 지금까지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주류를 사치품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중국은 수출금지 사치품 목록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2019년 네덜란드 당국은 북한으로 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보드카 9만 병을 압수했다.

보드카는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사치품으로 간주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