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기에 진입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마이웨이’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주가가 급락하고 위안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유례없는 외국인 자금 유출 위기에 놓인 중국 당국은 자국 은행과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달러를 조달하도록 유도하는 조치까지 내놨다.

추락하는 위안화 가치

'시진핑 마이웨이'에 불안 증폭…"中부호 재산 하루 새 50조 증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외환관리국은 25일 ‘해외 융자의 거시건전성 조절 변수’를 1에서 1.25로 높였다고 밝혔다. 이 변수를 올린 것은 기업과 은행이 해외에서 자금을 더 많이 조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특히 외환 유출입을 강하게 통제하는 중국 당국이 이런 조치를 내놓은 건 자국 기업과 은행들에 달러를 본토로 더 많이 가져오도록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외환시장에 달러가 더 많이 들어오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위안화 약세의 방어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던 2020년 12월 이 변수를 1.25에서 1로 낮췄다. 22개월 만에 다시 돌린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외환시장 개장 전 기준환율을 0.6% 오른 달러당 7.1668위안으로 고시했다. 역내시장 환율은 기준환율의 상하 2%까지 움직일 수 있다. 장중 역내 환율은 상한선(7.3101위안)에 불과 0.0033위안 차이로 근접한 7.3068위안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위안화 트레이더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절반 이상이 연내 7.4위안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5년여 만에 3조달러가 무너질 판이다.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조290억달러로 작년 말 3조2500억달러에서 2210억달러(약 317조원)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주식 순매도는 지난달 112억위안에서 이달 53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투매 쏟아지는 中 주식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가 지난 24일 13년 만에 15,000선으로 내려간 데 이어 뉴욕증시에서도 중국 기업 주가가 폭락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12.5% 내린 63달러로 마감했다. 2014년 상장 당시 공모가(68달러)를 처음으로 밑돌았다.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13.2%) 핀둬둬(-24.6%)도 급락했다. 신생 전기차기업을 대표하는 샤오펑과 웨이라이(NIO), 리샹도 12~17%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주가 하락으로 황정 핀둬둬 창업자 재산이 51억달러(약 7조3100억원) 감소하는 등 중국 부호들의 재산이 하루 만에 350억달러(약 50조20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고 보도했다.

급락 배경으로는 자국 민간 기업 규제 강화와 내수시장 침체 우려가 꼽힌다. 시 주석은 집권 3기 국정 운영에서 ‘안보’와 ‘공동부유’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웃돌았지만, 시장에선 이를 제로 코로나 통제를 유지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중국 사업 비중이 큰 미국 기업들도 유탄을 맞았다. 테슬라는 장중 7.4%까지 떨어졌다가 1.5% 하락한 211.25달러에 장을 마쳤다. 중국에서 전기차 가격을 5~9%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실적 악화 전망이 제기됐다. 스타벅스와 에스티로더도 각각 5.5%, 2.5% 하락했다. 훙하오 그로인베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주식이 얼마나 하락할지 단서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이주현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