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하원 입성…재무부·외무부 등 정부 요직 두루 거쳐
대학생 때는 군주제 폐지 주장…'브렉시트' 입장도 선회
트러스, '철의 여인' 꿈꾸다 '양상추보다 먼저 상한 총리'로
영국이 배출한 세 번째 여성 총리 리즈 트러스(47)가 20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하면서 영국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새로 달았다.

경제 위기에 빠졌던 영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삼아 복장과 포즈까지 따라 했던 트러스 총리는 제대로 날아보기도 전에 날개가 꺾였다.

트러스 총리는 9월 6일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고 국장을 마무리하고 나서 9월 23일 내놓은 50년 만의 최대 감세 정책이 그의 발목을 잡아 고꾸라졌다.

결국 10월 3일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를 철회하고, 10월 14일 법인세율을 동결하지 않고 올리겠다고 말을 번복했지만 수렁에 빠진 자신을 건져내지는 못했다.

트러스 총리가 두 번째 정책 철회한 이후 당내 균열이 본격화하면서 영국 언론 매체들은 트러스 총리의 사임이 시간문제라는 관측을 내놨는데 이는 결국 현실이 됐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 스타'는 지난 14일 양상추와 트러스 총리의 사진을 갖다 놓고 "어떤 젖은 양상추가 오래 살까?"라는 질문과 함께 생중계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 철회를 언론은 '유턴'이라고 불렀지만 그는 정치적인 신념에서도 몇 차례 '유턴'한 전력이 있다.

1975년 태어난 그는 스스로 "좌파" 성향의 부모 아래서 자랐다고 말했다.

수학 교수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를 따라 대처 전 총리 반대 집회에 참석한 적도 있다고 BBC 방송, AFP 통신 등이 전했다.

트러스 총리는 옥스퍼드대 머튼 칼리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공부할 때만 해도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중도좌파 정당에 가입해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다 1996년 보수당에 입당한 트러스 총리를 보고 부모는 충격에 빠졌지만, 자신은 "신념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트러스 총리는 2000년까지 셸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가 2001년과 2005년 총선에 출마하며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두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조금씩 정치적 입지를 확대해갔다.

2006년 런던 그리니치 지역 구의원에 당선된 그는 2010년 잉글랜드 동부 노퍽을 지역구로 하원 입성에 성공했고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

2012년 교육부 정무차관으로 출발해서 2014년 환경부 장관, 2016년 법무부 장관을 거쳐 2017년엔 재무부 차관에 오른 그는 2021년 9월 최고위직 중 하나인 외무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추진할 때 트러스 총리는 영국의 유럽 잔류를 지지했으나, 국민 투표 후에는 '브렉시트'의 열렬한 지지자로 선회해 EU와 각을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 경선 중에 과거 한 하원의원과 불륜관계였던 것이 이슈가 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으나 축출 시도를 물리치고 큰 표 차로 살아남았다.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만나 2000년 결혼한 회계사 남편 휴 오리어리와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