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핵전쟁 위기…아마겟돈 직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 종말 가능성이 1962년 이후 최고조에 다다랐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7일 민주당 상원 선거운동위원회의 기금모금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가 꽤 잘 아는 사람”이라며 “전술핵무기나 생화학무기에 대한 그의 얘기는 절대 농담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케네디 행정부 당시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우리는 ‘아마겟돈’ 전망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며 “전술핵무기를 손쉽게 사용하면서도 아마겟돈으로 끝맺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같은 건 없다”고 덧붙였다.

아마겟돈은 선과 악이 싸우는 ‘최후의 전쟁’을 뜻하는 기독교 용어다. 인류 종말을 초래할 정도의 대규모 전쟁을 가리킬 때 쓰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인류가 핵전쟁에 가장 가까웠던 시기로 꼽힌다. 당시 케네디 행정부가 소련의 쿠바 내 핵무기 배치 정황을 발견하면서 미·소 양측은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다. 소련이 쿠바 내 미사일 철수를 발표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이에 미국은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철수시키는 상응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푸틴의 탈출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쟁에서 수세에 몰려 체면과 권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푸틴 대통령이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를 분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와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확실히 사용할 것”이라며 “이는 허세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선제 타격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선제 타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젤렌스키의 발언은 예측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세계대전을 일으키라는 호소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이달 초 이후 헤르손 지역에서만 500㎢ 이상을 러시아군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발표했다. 광주시 크기(501㎢)만 한 땅을 되찾은 셈이다. 반면 러시아 점령지는 동요 상태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르손주 친러시아 점령지 행정부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국방장관이었다면 장교로서 스스로에게 총을 쐈을 것’이라고들 한다”며 러시아군 수뇌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