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세계 경제가 시달리는 가운데 OPEC+가 근시안적인 원유 감산 결정을 내린 것에 실망했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인 산유국 협의체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에 합의한 것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응을 이같이 전했다.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 자국 내 원유 증산 등을 지시했다.
OPEC+ 감산에 다급해진 美…비축유 풀고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美, 비축유까지 다시 방출
OPEC+ 감산에 다급해진 美…비축유 풀고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원유 감산 결정을 내린 OPEC+를 강하게 비판했다. 백악관은 “OPEC+의 결정으로 유가가 상승한다면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OPEC+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다음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세계 하루 원유 공급량의 2%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 이후 최대 감산폭이다.

경기침체 우려와 달러 강세로 최근 들어 진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경우 다음달 8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표가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가 상승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OPEC+가 러시아와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곧바로 대책을 꺼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부에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다음달에 추가로 방출하라”고 지시했다. ‘전략비축유 방출 연장 계획은 없다’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내보냈다.

또 미국 내 원유 증산을 위한 추가 조치를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국 에너지업체에 마진을 줄이라고도 요청했다.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OPEC+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 의회와 협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카드 만지작”
바이든 정부가 원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 수준인 베네수엘라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가해진 제재를 일부 완화해 미국 정유사 셰브런의 현지 원유 시추를 허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시장에 공급해 유가 상승을 막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대선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이 재개되더라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 하루 32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하던 주요 산유국이었지만, 지난 10년간 투자 부족으로 인해 관련 산업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OPEC+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가 5월 통과시킨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유가 담합으로부터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OPEC+ 국가들을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법안이 효력을 얻으려면 상·하원 본회의를 거쳐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로비 등 변수가 많아 법안이 최종 통과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많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