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최우선 후보 ECB 파네타, 재무장관직 거절"
결격 사유 있는 살비니 대표는 거세게 내무장관직 요구
이탈리아 새 총리 유력 멜로니, 장관 인선부터 난항
이달 말 또는 11월 초에 출범할 이탈리아 차기 정부가 조각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차기 총리가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낙점했던 재무장관 후보는 거절 의사를 밝혔고, 연립 정부의 장관 배분 문제에 관해서도 파열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차기 재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꼽혔던 파비오 파네타(63)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가 입각을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에 따르면 파네타 ECB 집행이사는 최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의 질문에 재무장관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파네타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서 차기 재무장관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멜로니 대표는 극우 세력 집권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만한 전문성 있는 재무장관 후보를 물색해왔다.

이탈리아 새 총리 유력 멜로니, 장관 인선부터 난항
그러나 최우선 순위 후보였던 파네타 ECB 집행이사가 재무장관직 거절 의사를 밝힘에 따라 국제 투자자들이 안심할만한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멜로니 대표의 계획은 타격을 받게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의 차기 재무장관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는 현재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5.4%에 달한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6%로 기존의 2.4%에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이탈리아 차기 재무장관은 에너지 대란과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처해야 하고 동시에 자국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서 건져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멜로니 대표는 총선 승리 뒤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추진해온 각종 경제 개혁 정책을 차질 없이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멜로니 대표의 경제 정책 구상을 알 수 있는 첫 바로미터는 바로 누구를 재무장관으로 인선하느냐인데, 첫 단추부터 꼬인 셈이다.

다니엘레 프란코 현 재무장관 유임이 남은 대안으로 꼽히지만 멜로니 대표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길 원하는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밖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도메니코 시니스칼코와 줄리오 트레몬티를 비롯해 금융 전문가인 루이지 부틸리오네가 하마평에 올랐다.

통신은 "각료 인선에서 지분을 요구하는 우파 연합의 요구를 고려할 때 재무부를 둘로 쪼개 하나는 예산을 담당하고, 다른 하나는 재정 정책을 맡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새 총리 유력 멜로니, 장관 인선부터 난항
멜로니 대표와 함께 연립 정부 구성에 참여할 주요 정당 간의 자리 배분 문제도 골칫거리다.

연립 정부의 주요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는 자신이 맡겠다고 주장한 내무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3개 장관직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지낸 살비니 대표는 당시 강경 난민 적대 정책을 주도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동맹의 지지율은 한때 35% 안팎을 넘나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이 9%대로 추락한 동맹 입장에선 살비니 대표가 내무장관에 복귀해 다시 한번 반난민 정책을 추진, 지지율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살비니 대표는 내무장관직 복귀를 거세게 원하고 있다.

반면 멜로니 대표는 살비니 대표가 과거 내무장관 시절 국제구호단체 난민선 입항을 막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는 점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연립 정부의 또 하나의 축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측도 내각 지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측 인사를 장관에 임명할 경우 국제 사회의 의심을 살 수 있어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선 "멜로니 대표에게 가장 쉬웠던 건 아마 선거였을 것"이라며 멜로니 대표가 연립 내각 수립에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