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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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선물 가격이 2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세가 잦아들자 금을 대체할 만한 안전자산으로 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은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트로이온스당 8.1% 오른 20.589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2월 1일(8.2% 상승)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은 선물 가격이 2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8월 16일 후 처음이다. 지난달 1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17.645달러)에 비해서는 16.6%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자 은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19%포인트 떨어진 연 3.62%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한때 연 4%를 돌파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안전자산 시장에서 통상 은, 금과 같은 귀금속은 미국 국채와 경쟁 관계에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국채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대체재인 금속 가치가 오른다.

영국 금융업체인 시티인덱스의 파와드 라자차다 애널리스트는 “영국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로 인해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자 은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날 ISM이 내놓은 지난달 제조업 PMI 지수는 50.9를 기록해 28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웃돌았지만 시장 전망치(52.8)를 밑돌았다.

투자업계에선 당분간 안전자산으로서 은 선호 현상이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 대비 은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금 가격이 5.5% 하락하는 동안 은 가격은 9.7% 급락했다. 역사적으로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은 50 대 1 수준이었지만 현재 이 비율은 83 대 1까지 벌어졌다. 미국 투자업체인 코퍼니크글로벌은 “8월엔 두 귀금속의 가격 비율이 100 대 1을 나타냈다”며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최근 50년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