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그룹 '와그너' 창설 시인하고 소셜미디어에 활동 적극 공개
FP "푸틴에 필요한 인물…전쟁 혼란 틈타 그늘 벗어나려는 것" 분석
'푸틴의 요리사' 프리고진 공개행보에 이목…"공식 지위 노리나"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러시아 기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최근 연이은 공개 활동을 통해 공식적인 지위를 차지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장기간 베일에 싸인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 용병들을 파견한 악명 높은 단체 '와그너 그룹'을 직접 창설했다고 인정하고 나섰다.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콘탁테(VK)에 올린 메시지에서 "내가 직접 낡은 무기들을 청소하고, 방탄조끼를 점검했다"며 "2014년 5월 1일 와그너 대대로 불리게 된 애국자 그룹이 탄생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최근 수년에 걸쳐 와그너 그룹과의 연계성을 극구 부인하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고소하기까지 했던 것에서 180도로 바뀐 태도다.

FP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불확실성을 이용, 그늘에서 벗어나 푸틴 정권에서 보다 공식적인 자리를 차지하려는 행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그의 레스토랑과 케이터링 사업체들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찬 행사를 도맡아오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지정학적 목적' 달성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며 어려운 일들을 앞장서 처리해왔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트롤 공장'(인터넷 상에서 선동·공작 행위를 하는 단체)을 만들어 운영하는가 하면, 와그너 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역할을 맡아왔다는 등 언론 보도가 이어졌음에도 프리고진은 현재까지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애써 피해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와그너 그룹 창설 시인을 기점으로 조심스럽기만 했던 그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1일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의 전략적 중심지인 리만을 수복했을 때 러시아군의 부실한 전쟁 수행을 비판한 체첸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와 보조를 맞추며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 지도부를 비판한) 카디로프의 표현은 전적으로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이 XX들을 발가벗겨서 기관총을 들려 최전방에 세우고 싶은 마음"이라며 러시아군 지휘부를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그가 러시아 중서부의 한 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자들에게 용병 지원을 독려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SNS에 확산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죄수들에게 "6개월만 복역하면 형량이 지워지고 집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영웅의 장례식을 (보상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고진이 전투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교도소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와그너 그룹과 러시아 정부 사이 관련성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FP는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된 베이지색 군용 재킷을 입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 와그너 그룹 지휘관의 장례식에 참석, 조문객들과 인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FP는 "프리고진은 자신을 푸틴 대통령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자리매김시켰다"면서도 "군과 정보기관 내에선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그의 미래는 오로지 푸틴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푸틴의 요리사' 프리고진 공개행보에 이목…"공식 지위 노리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