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감세 정책을 3일 전격 철회했다. 감세안을 내놓은 지 10일 만이다. 재정 악화 우려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민심은 물론 집권 여당인 보수당마저 거세게 반발하자 백지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45%) 폐지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감세안 논란으로 영국이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임무가 산만해졌다”며 “(현 상황을) 이해했고, 경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콰텡 장관은 지난달 23일 총 450억파운드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15만파운드(약 2억4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세율을 현행 45%에서 내년 4월부터 40%로 인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총 450억파운드의 대규모 감세안 중 20억파운드에 해당하는 계획이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내놓은 이 같은 감세안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세금 감면이 소비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했다. 이 여파로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26일 3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영국의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재정 취약국인 그리스와 이탈리아보다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다.

야심 차게 내놓은 경기 부양책은 정권의 생명마저 위협했다. 유고브 여론조사(9월 28~29일)에서 집권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보수당 지지율은 21%까지 떨어졌다. 야당인 노동당(54%)과의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 압박도 커졌다. CNBC는 “지난 2일까지 감세안을 지지한 트러스 총리에게 대단히 굴욕적인 정책 철회”라고 보도했다.

허세민/오현우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