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오는 5일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감산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유가를 떠받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OPEC+가 다음 달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는 5일 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2020년(하루 1000만 배럴 감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OPEC+ 회원국은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2020년 3월 이후 첫 대면 회의를 연다.

글로벌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침체 그림자가 드리우자 OPEC+가 원유 감산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원유 수요가 줄고 유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6월 이래 25%가량 내린 8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장중 130달러를 돌파했던 지난 3월에 비해선 35%가량 하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원유 감산 전망에 이날 오후 국제유가는 3%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브렌트유(12월물)는 이날 3.3% 오른 배럴당 87.99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도 3.3% 상승한 82.14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에너지 트레이더들은 올 여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를 감안해 유가 하락을 점쳤다"면서 "하지만 이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수브로 사카르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돌아오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원유 감산이 현실화하면 에너지 비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 증산 압력을 넣었다. NYT는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은 충분한 공급을 주문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도전으로 읽힐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