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경기침체 전망이 거세지자 국제 니켈 가격이 급락했다. 전기차 배터리 필수 원료이자 ‘대세’ 원자재로 떠 올랐지만 소비 둔화에 따른 수요 축소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 니켈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38달러(5.56%) 하락한 당 2만 10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2만달러 밑으로 내려앉으며 저점을 찍었던 수준과 비슷하다. 니켈 생산량 증대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축소가 겹쳤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공포가 금속 수요에 영향을 끼쳤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소비 둔화 열풍이 거세질 거란 판단에서다.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선 니켈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대세' 원자재 니켈 가격도 급락 [원자재 포커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주요 산업으로 지정한 뒤 니켈 생산 단지를 종전보다 3배 이상 확대하기 시작해서다. 올해 1~7월 니켈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러시아의 니켈 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의 최대 니켈 생산업체 노르니켈에 따르면 올해 니켈 생산량은 321만t으로 지난해 보다 19%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니켈 공급이 4만 부족했지만 올해는 공급량이 수요를 앞설 거란 진단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니켈 생산량이 늘어나도 세계 금속 시장에 유입되진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가 대러시아 제재를 위해 러시아산 구리와 니켈 유통을 억제할 거란 설명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럽연합(EU)이 금속에 한정해선 러시아를 압박하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니콜라스 스노든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상황이 러시아산 금속 거래를 막진 못할 것”이라며 “유럽의 경제 악화를 감안하면 금속 거래를 차단할만큼 동기가 세진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금속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지난 3월 니켈 가격이 폭등한 배경에도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니켈 업체 칭산홀딩그룹이 니켈 공매도를 막으려 대량 매수를 시도하자 t당 4만~5만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장중 10만달러선을 넘긴 적도 있다.

니켈 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최근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 시도하며 수요 확대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업체 대출 등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대출 규모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경기가 되살아나면 소비가 진작돼서 전기차 등 사치품 수요도 덩달아 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의 원자재분석업체 차이나퓨처스의 왕 시완웨이 애널리스트는 “수요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있어 금속 공매도 가능성도 커졌다”며 “다만 지난 3월과 같은 급등락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