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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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좀비기업(채무를 변제할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양적완화 정책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천은 지난 10여 년 동안 초저금리와 고위험 투자의 유행으로 뉴욕증시에서 좀비기업 비중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리서치회사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증시 상장사 중 약 300곳이 좀비기업 상태라는 의견을 냈다. 트레이너 CEO는 밈 주식(소셜미디어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개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주식)의 대표주자인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 홈피트니스업체 펠로톤, 중고차 판매 중개업체 카바나 등을 대표적인 좀비기업으로 들었다. 그는 좀비기업은 잉여현금흐름 기준으로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경쟁력 및 성장성이 좋지 않은 경우로 정의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뉴욕증시 상장사 중 13%가 좀비기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부 미국 상장사의 ‘좀비기업화’는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연구도 나왔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미국 기업 중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6%에서 2021년 25%로 늘어났다는 분석을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좀비기업이 급증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 등이 ‘돈 풀기’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2009년 2월(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부터 작년 11월 사이 S&P500지수는 545%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주택의 평균 매매 가격은 110% 올랐다. 포천은 “유동성이 풀리면서 투기꾼들이 손에 현금을 쥐었고, 생산성 저하와 경제의 불건전성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너 CEO는 “좀비기업 중 상당수는 금리 인상기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주가는 결국 0으로 떨어지고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좀비기업의 몰락은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