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 본험 리처드함 방화 물적 증거 제시 못 해"
리처드함, 한미연합훈련·세월호 구조에 투입…2년 전 화재로 퇴역
1.7조원 美 군함 방화 혐의 21살 수병, 증거 부족 무죄
1조7천억 원 가치의 미국 해군 함정 본험 리처드함이 화재 사건으로 퇴역한 가운데 이 군함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1살 수병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미 해군 법원은 30일(현지시간) 12억 달러(1조7천여억 원)짜리 본험 리처드함 방화 혐의로 기소된 라이언 소여 메이스 수병에 대해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AP 통신은 미 해군 검찰이 9일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메이스가 불을 질렀다는 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메이스를 방화범으로 지목했던 핵심 증인의 말이 재판 과정에서 바뀌면서 진술의 신빙성이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담당 군 판사는 작년 12월 예비 심리 과정에서 증거 부족으로 유죄 선고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군 검찰은 2020년 7월 발생한 4만t급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 화재 사건과 관련해 메이스에 대해 방화 및 고의적인 함정 손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작년 7월 기소했다.

검찰은 메이스가 과거 미 해군 특수 부대인 '네이비실'에 지원했으나 훈련 도중 퇴출당했고 이후 본험 리처드함 갑판 근무에 배치되자 해군에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1.7조원 美 군함 방화 혐의 21살 수병, 증거 부족 무죄
그러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메이스가 방화범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그의 범행이 의심된다는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이 방화 장소로 지목한 군함 구역에서는 평소 인화성 물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리튬이온 배터리나 지게차 군 장비가 연관된 합선 현상이 발화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이스는 성명에서 "지난 2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친구를 잃고 가족과의 시간이 사라졌으며 해군 경력이 망가졌지만, 다시 시작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검찰은 무죄 선고에 침묵했다.

해군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적법 절차와 공정재판 원칙을 지키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본험 리처드함은 키리졸브(KR), 쌍용훈련 등 다수의 한미연합 훈련에서 상륙군 기함으로 활약해 한국군에도 친숙한 미 군함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탐색구조 활동에 투입되기도 했다.

미 해군은 본험 리처드함 화재 이후 수리를 시도했으나 32억 달러(4조6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고려해 2020년 12월 퇴역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